공사기간·예산 경쟁력으로 佛 제압 … 막판 대역전극 성공
2022년 팀코리아 워룸 가동
30개월 佛과 총성 없는 전쟁
산업부·한수원·두산그룹 등
잇달아 현지 찾아가 세일즈
尹대통령 이달 나토회의서
체코대통령에게 친서 전달
막판 佛 우세 상황 뒤집고
'원전 본토' 유럽 진출 쾌거
2전 2승. 이번에도 프랑스를 이겼다. 한국이 총사업비 24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해 프랑스와 막판까지 피 말리는 접전을 벌인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원전 강국'으로 우뚝 서게 됐다는 평가다. 특히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한국은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프랑스를 눌렀다.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알려진 프랑스는 한국과 맞붙은 두 차례 국제 입찰에서 모두 져 체면을 구기게 됐다.
무엇보다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친원전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최대 경사다. 2030년까지 한국형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국정과제도 큰 동력을 얻게 됐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서 제시한 대형 원전 3기,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건설 계획도 여론의 큰 지지를 받을 전망이다.
17일(현지시간) 체코 정부는 각료회의를 열고 두코바니와 테멜린에 2기씩 최대 총 4기의 원전을 건설하는 프로젝트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막판까지 접전을 벌이던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한수원에 고배를 마셨다.
정부 안팎은 물론 국내 원전 업계에서도 얼마 전까지는 프랑스가 우세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국이 유리할 수 있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EDF가 영국, 핀란드 등에서 원전을 제때 짓지 못한 사실들이 알려지며 체코 정부가 결정하는 데 부담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 수주전의 평가 항목에서 가격 경쟁력과 공기 준수가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전해졌다.
체코의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2022년 닻을 올렸다. 체코 정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두 축으로 에너지정책을 펼치며 원전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재 체코는 두코바니에 4기, 테멜린에 2기의 원전을 운영 중이다. 두코바니에 1기를 우선 짓고 두코바니 1기, 테멜린 2기가 옵션으로 붙어 있다. 체코 원전 수주전은 미국 웨스팅하우스까지 3파전 양상이었다. 하지만 체코 정부가 1200메가와트(㎿)급 1기를 짓기로 했다가 최대 4기로 계획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지난 1월 말 웨스팅하우스를 입찰에서 배제해 한수원과 EDF의 2파전이 됐다.
체코 정부와 발주처(EDUII)가 정한 일정에 따라 한수원이 팀코리아를 대표해 4월 29일(현지시간) 최종 입찰서를 제출했다. 정확한 입찰가 산정을 위해 2022년 1월부터 경주 한수원 본사에서 워룸을 운영하기 시작됐다. 입찰안내서가 나오고 수주전이 본격화되면서 워룸을 단계적으로 확대했다. 팀코리아를 총괄하는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그동안 수차례 체코를 방문해 수주 활동을 벌였다. 황 사장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 체코를 방문했다. 지난 1월에는 체코 언론 대상 사업현황 설명회를 개최했다. 4월 최종 입찰서를 제출하며 "한국은 국내 및 UAE 신규 원전 사업을 통해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건설 역량을 보여줬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한국 정부와 한수원 등 팀코리아는 공사 기간과 예산을 준수하는 '온 타임, 위드인 버짓(On Time, Within Budget)'을 최대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1978년 고리1호기부터 현재 26기의 원전을 직접 건설해 운영해 온 풍부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당 3571달러로 미국(5833달러), 프랑스(7931달러) 등 경쟁국보다 낮다.
공기 연장과 예산 증가 문제는 전 세계 원전 건설 현장에서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한수원과 체코 원전 수주전을 펼친 EDF는 영국에서 수주한 힝클리 1호기 준공을 당초 2027년에서 2029년으로 늦췄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공사비도 250억~260억파운드에서 310억~340억파운드로 급증했다. 반면 한국은 2009년 수주한 UAE 원전 공기와 예산을 정확히 지켰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다시 원전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체코 수주는 큰 의미를 갖는다. 탄소중립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최근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규 원전 건설에 나서고 있다. 연초 영국과 프랑스가 원전 확대를 발표했고, 최근 이탈리아가 35년 만에 원전 재도입 검토에 들어갔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유럽 국가들이 원전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체코 원전 수주로 한국의 원전 기술력에 대해 많은 유럽 국가들이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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