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직원 31% “막말하는 사람 절대 위원장 안 돼”

인권위 공무원 노조 구성원 설문조사
인권위원장 후보추천위에 결과 제출

4월22일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 개회를 앞두고 위원들이 자리에 앉아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오는 9월 임기가 만료되는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의 뒤를 이어 누가 차기 위원장이 될지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인권위 구성원의 31.3%가 ‘막말, 괴롭힘 등 반인권적 행동을 하는 사람’은 절대 위원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말과 직원 괴롭힘 등으로 인권위 파행을 주도해온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에 대한 반감이 설문 결과에 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원 위원은 신임 인권위원장 공모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 공무원 노동조합(인권위 노조)은 11일부터 16일까지 인권위 직원 112명을 상대로 실시한 ‘새로운 인권위원장의 자격 요건’(중복응답 허용) 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인권위는 “취합된 결과를 인권위원장 후보추천위원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절대 위원장이 돼서는 안 되는 사람의 요건’으로 ‘막말, 괴롭힘 등 반인권적 행동을 하는 사람’(31.3%)을 가장 많이 꼽은 인권위 직원들은, 두 번째로는 ‘인권(국가인권기구)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매우 부족한 사람’(25.7%, 69명), 그 다음으로는 ‘인권이 아닌 다른 가치에 목적을 두고 활동하려는 사람’(19.8%, 53명)이 인권위원장으로 부적합하다고 답했다.

또한 차기 위원장이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인권위에 대한 신뢰회복’(30.3%, 71명)을 첫손에 꼽았다. 그 뒤를 ‘전원위, 상임위, 소위원회 정상화 및 위원회 운영의 투명성 확보 등(27.4%, 64명), ‘사무처 직원의 사기진작 등에 중점’(16.7%, 39명)이 이었다. 최근 전원위원회와 상임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이러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인권위 위상이 흔들리는 데 대한 위기의식이 엿보인다.

사무처 운영 관련 차기 위원장이 시급히 해야 할 일에 대해선 ‘협력적 동반자로서 사무처 직원과 인권위원 관계 복원’(33.9%, 78명), ‘향후 10년 인권위 역할에 대한 설계와 가치 공유’(28.2%, 65명)순으로 나타났다.

인권위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안타깝게도 인권위 내·외부적으로 인권위원 자격에 대한 논란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며 “이런 와중에 현 위원장 임기만료가 예정돼 있어, 위원장 후보 자격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를 통해 새로운 위원장 후보는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롭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설문조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위원장 자격 관련 꼭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적어주세요’라는 마지막 설문란에는 다음과 같은 답들이 달리기도 했다. “인권위가 어떠한 조직인지, 국제적 책무는 무엇인지는 공부하고 들어오시길 바랍니다” “검사나 판사 출신 반대” “법 기술만 내세우고 좌파 운운, 폭언, 의사진행 방해, 막말하는 사람이 인권위원장 자격이 없다는 건 자명합니다” “승진과 운영에 있어 공명정대하기를 바랍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