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코리아, 체코서 24조원 원전 수주… 역대 최대 규모

세종=정순구 기자 2024. 7. 17.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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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자력발전소 수주전에서 한국 기업들로 구성된 ‘팀코리아’가 프랑스전력공사(EDF)를 꺾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의 쾌거이자 역대 최대 규모 원전 수출이다. 최근 원전 건설이 늘고 있는 유럽 국가로의 추가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이날 체코 프라하 정부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은 두코바니(5·6호기), 테멜린(3·4호기) 지역에 각 1.2GW(기가와트) 이하의 원전 4기를 짓는 사업이다.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소 수주를 위한 우선협상자 선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체코 정부는 이날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체코 정부에 따르면 총 예상 사업비는 1기 약 2000억 코루나(약 12조원), 2기 약 4000억 코루나(약 24조원)로 계약 금액은 향후 협상을 거쳐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2024.7.17/뉴스1
이번 발표로 한수원의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사업 수주가 결정됐고, 테멜린 원전 수주 여부는 추후 정해질 예정이다. 두코바니 원전 2기의 예상 사업비는 약 24조 원으로 한수원과의 계약 금액은 추후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한국은 한수원을 주축으로 한전기술, 한국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이 팀코리아를 꾸려 수주전을 진행해왔다.

한국형 원전 수출은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달성한 쾌거다. 사업 규모도 바라카 원전(약 20조 원)보다 높다. 탈원전 정책으로 침체에 빠졌던 국내 원전 업계의 회복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팀코리아가 돼 함께 뛰어주신 우리 기업인들과 원전 분야 종사자, 정부 관계자, 그리고 한마음으로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세계 최고의 대한민국 원전 산업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

‘원전 본거지’ 유럽서 佛 제치고 첫 수출…추가 수출 교두보 마련

‘팀코리아’가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수주에 성공한 것은 원전의 본거지인 유럽에서 유럽 국가(프랑스)를 제치고 ‘K원전’의 우수성을 입증했다는 의미가 있다. 1982년 유럽형 원전을 처음 도입했던 한국이 40여 년 만에 유럽에 원전을 수출하는 국가로 성장한 것이다. 또 폴란드 등 최근 원전 투자를 부쩍 늘리고 있는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단번에 마련하는 성과도 냈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지난 정부 5년간의 탈원전에서 유턴한 윤석열 정부의 ‘원전 생태계 복원’ 정책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이번 입찰에서 원전 건설 기술과 가격 경쟁력 등에서 모두 프랑스전력공사(EDF) 대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주는 한국수력원자력 등 직접 참여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민관학을 가리지 않고 노력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체코와 역내 국가인 프랑스 간의 친밀한 관계가 변수로 꼽혔지만, 최근 윤 대통령이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만나 수출 영업 지원에 나서는 등 막바지 총력전을 펼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2년 4개월 걸린 수주전서 ‘낭보’

ⓒ뉴시스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전부터 팀코리아의 최대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 꼽혔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한수원의 원전 건설 단가는 kW(킬로와트)당 3571달러(2021년 기준)로 EDF(kW당 7931달러) 대비 절반 이상으로 저렴하다.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적기 시공 능력에서도 강점이 분명했다. EDF가 영국에서 진행 중인 ‘힝클리 포인트 C’ 원전 건설 공사는 2025년을 목표로 했던 준공 시기가 최소 2029년까지 늦춰진 상태다. 반면 우리는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을 2011년에 착공해 3년 만에 1호기 원자로 설치를 완료했다.

강력한 변수로 여겨지던 체코와 프랑스의 관계도 외교로 풀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금껏 체코를 총 3번이나 찾았을 정도로 적극적인 수주전을 펼쳤지만, 윤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한국형 원전의 기술력과 우수성을 강조하며 수주전에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수주전은 2022년 3월 체코전력공사의 두코바니 5호기 건설 사업 국제 공개경쟁 입찰 공고로 시작됐다. 당시 한수원과 EDF,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입찰서를 제출했다. 올해 1월 체코전력공사가 입찰 규모를 원전 4기로 확대하자 웨스팅하우스가 입찰을 포기하며 2파전으로 경쟁 구도가 좁혀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해외 원전 사업은 국가 대항전이자 국가 총력전”이라며 “이번 낭보는 지난 2년여간 한수원과 협력업체, 원자력 학계와 연구기관, 정부 부처 및 지원기관들이 합심해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2030년 10기 원전 수출 목표에 ‘청신호’

치열한 경쟁을 뚫고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첫 관문을 통과한 팀코리아는 내년 3월 최종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원전 수출의 9분 능선을 넘었지만 건설 비용 및 인력,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등 세부적인 협상은 남았다. 산업부는 한수원을 중심으로 ‘협상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계약 협상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이번 수주로 ‘2030년 10기 원전 수출’이라는 윤 정부의 목표 달성에는 속도가 붙게 됐다. 유럽은 최근 들어 탄소 중립 및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원전 건설을 늘리는 추세다. 네덜란드와 핀란드는 추가 원전 도입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고, 스웨덴도 지난해 8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2045년까지 최소 10기의 신규 원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산업부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 원전 산업이 글로벌 선도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관련 전략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성과가 제3, 제4의 원전 수출로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며 “‘2050 원전산업 로드맵’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 등으로 원전 수출 장기비전을 제시하고 관련 지원체계 역시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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