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초 2사 1·2루, 양현종 교체한 순간···이범호 감독 “오늘의 승부처라고 봤다”[스경x승부처]
KIA는 마운드에 여유가 없다. 선발 윤영철이 척추 피로골절로 지난 14일 엔트리 제외돼 공백이 있다. 또다른 선발 황동하도 최근 난조를 보이고 팔꿈치 부상으로 빠진 마무리 정해영이 복귀하지 못해 불펜 부하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 KIA는 개막 이후 가장 큰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양현종, 제임스 네일, 캠 알드레드가 선발 등판한 경기만은 반드시 잡는 전략으로 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양현종을, 승리투수 요건에 아웃카운트 1개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교체했다. 승리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이 승부수가 통했고 KIA는 중요한 승리를 따냈다.
KIA는 1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10-5로 승리했다. 후반기 마지막 3연전에서 삼성에 싹쓸이, 전반기 첫 3연전에서 LG에 싹쓸이 승리를 하면서 위기에서도 2위만은 꺾는다는 ‘2위킬러’의 저력을 2주 만에 다시 만난 삼성전 승리로 또 확인했다.
선발 양현종은 4.2이닝 만에 투구 수 87개에서 7피안타 3볼넷 4탈삼진 5실점으로 물러났다.
3회까지 쾌조의 투구를 펼쳤으나 4회초부터 정타를 맞으며 실점했다. 3-0으로 앞서던 2사후 강민호, 이성규, 김영웅에게 안타, 볼넷, 2루타를 차례로 맞아 2점을 준 뒤 7번 박병호에게도 적시타를 허용해 3점을 내줬다. 삼성 선발 데니 레예스 상대로 1회말 김도영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올리고 3회말 최형우의 2점 홈런을 더해 3-0으로 앞서던 KIA는 양현종의 3실점으로 3-3 동점을 허용했다.
KIA 타자들이 힘을 냈다. 4회말 선두타자 서건창이 안타로 출루해 레예스를 3이닝 만에 강판시킨 뒤 한준수, 소크라테스, 김도영, 최형우가 차례로 우완 김윤수에게서 볼넷을 얻었다. 연속 밀어내기 볼넷으로 5-3을 만든 KIA는 2사 만루에서 나성범이 우월 홈런을 때리면서 9-3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5회초 양현종이 다시 실점했다. 선두타자 9번 류지혁에게 좌월 3루타를 준 뒤 2번 이재현에게 적시 2루타를, 2사 2루에서는 강민호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총 2점을 내주며 9-5를 만들었다. 이어 5번 이성규를 볼넷으로 또 출루시켜 2사 1·2루가 되자 정재훈 KIA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향했다. 4점 차 앞섰는데 승리투수 요건에 아웃카운트 1개만 남겨놓은 채로, 양현종은 투구 수 87개에서 교체됐다. 올시즌 처음으로 5회 전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범호 감독의 승부수였다.
좌완 김대유가 등판해 6번 김영웅을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승부수는 통했다. 6회초에는 이형범이 등판했고 2사 1·3루가 되자 임기영이 등판해 이닝을 정리한 뒤 7회까지 1.1이닝을 막았다. 8회에는 곽도규, 9회에는 전상현이 등판해 더 이상 실점 없이 경기를 끝냈다.
이범호 KIA 감독은 “5회초 2사 1·2루 상황에서 김대유를 올린 것은 오늘 경기의 승부처라고 봤기 때문이다. 임기영이 1.1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내는 등 불펜진이 힘을 내줬다”며 “팀 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모든 선수들이 잘 해주고 있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내일도 팬과 함께 승리할 수 있는 경기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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