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佛 꺾고 '체코원전 수주전' 승리…15년 만에 원전수출 쾌거(종합2보)

이석주 기자 2024. 7. 17.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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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코리아, 프랑스전력공사 제치고 수주 성공
추후 한수원에 우선 협상권 주는 옵션 제공
향후 15년 이상 원전 생태계 일감 공급 기대
유럽시장 원전 수출 경쟁에서도 우위 선점
체코의 신규 원전 예정부지인 두코바니 전경. 대우건설 제공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팀코리아’가 경쟁 상대인 프랑스전력공사(EDF)를 제치고 24조 원대로 추산되는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로써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역대 두 번째 원전 수출을 앞두게 됐다.

국내 원전 생태계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원전 최강국 도약의 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했다.

▮두코바니 2기 원전 우선 수주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 시간으로 17일 오후 8시 50분 체코 정부가 자국 신규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은 두코바니(5·6호기)와 테멜린(1·2호기) 지역에 각 1.2GW(기가와트) 이하의 원전 4기를 짓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한국은 한수원, 한전기술, 한국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으로 팀코리아를 결성해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지난 4월 29일 체코 정부에 최종 입찰서를 제출했다.

체코 정부는 이번에 두코바니 2기 원전 건설 계획을 먼저 확정하고 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EDF) 중 한수원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특히 앞으로 테멜린 지역에 2기 원전을 추가 건설할 경우 한수원에 우선 협상권을 주는 옵션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는 “체코 정부에 따르면 체코 측의 총 예상 사업비는 1기 약 2000억 코루나(약 12조 원), 2기 약 4000억 코루나(약 24조 원)”라며 “이 중 한수원과의 계약금액은 향후 협상을 거쳐 최종 결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원전업계에서는 한국이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최종적으로 따내면서 향후 15년 이상 원전 생태계 일감 공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나아가 체코를 교두보로 폴란드, 네덜란드, 루마니아 등 줄줄이 예정된 유럽시장 원전 수출 경쟁에서도 우위를 선점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UAE 이후 15년 만에 이룬 쾌거”

산업부는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이룬 쾌거”라고 평가했다. 중동에 이어 상업용 원전을 최초로 건설한 원전 본산지인 유럽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라고도 밝혔다.

한수원 황주호 사장. 한수원 제공

산업부는 “1982년 유럽형 원전을 도입했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유럽에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로 성장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이번 성과는 윤석열 정부가 세운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 달성의 강력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 총력전으로 치러진 이번 수주 경쟁에서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입증하며 향후 제3, 제4의 원전 수출로 이어갈 가능성을 높였다는 게 산업부 평가다.

산업부는 “이번 성과를 계기로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원전 생태계 복원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재개, 원전 10기 계속운전 절차 진행 등에 이어 체코 원전수출 계약이 최종 성사될 경우 양질의 수출 일감이 대량으로 공급돼 국내 원전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세부 협상을 거쳐 최종 계약 체결이 이뤄져야 하지만, 업계에서는 한수원이 사실상 우선 신규 원전 2기를 수주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년 4개월에 걸친 수주전 일단락”

이번 입찰은 2022년 3월 체코전력공사의 ‘두코바니 5호기 건설사업 국제 공개경쟁’ 입찰 공고로 시작됐다.

같은 해 11월 한수원과 함께 EDF(프랑스)와 웨스팅하우스(미국)가 입찰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고, 글로벌 기업 간 각축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올해 1월 체코전력공사는 에너지 안보와 국익 극대화를 위해 입찰 규모를 당초 1기에서 최대 4기로 확대했고, 수정 입찰서를 제출한 한수원과 EDF 등 2파전으로 경쟁 구도가 좁혀졌다.

양자 대결에서도 유럽 원자력동맹을 주도하는 프랑스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유럽 원전사업 경험이 많은 EDF가 유리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체코 측은 지난 50여 년간 축적된 한국 원전의 경쟁력과 신뢰성을 높이 평가하며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택했다.

산업부는 “세계 유수의 글로벌 사업자들만의 각축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팀코리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2년 4개월에 걸친 수주전이 일단락됐다”며 “한국 원전산업의 국제적 위상을 세계에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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