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고속도로 타면 돈 더 낸다고? 道公, 할증료 4381억 받았다

김아사 기자 2024. 7. 1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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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번 주말 고속도로 교통량은 대체로 맑은 날씨에 지난주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속도로 정체는 주말 나들이 차량들로 인해 영동선, 서울양양선 및 상습정체구간 위주로 다소 혼잡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시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주말과 공휴일 교통 정체를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고속도로 주말 할증제’가 제 역할은 못 하고 한국도로공사의 수익 수단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런 제도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가운데 도로공사는 매년 400억원가량 할증료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1년 주말·공휴일에 고속도로 통행량을 줄이기 위해 할증 제도를 도입했다. 1종 차량(승용차, 16인승 이하 승합차, 2.5톤 미만 화물차) 운전자는 주말·공휴일(오전 7시~오후 9시)에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평일보다 5% 할증된 요금을 내야 한다. 평일에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로 대전까지 가면 통행료가 8200원인데 주말엔 8600원이다.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황운하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는 최근 5년간 주말 할증료로 1946억원을 걷었다. 매년 400억원씩 챙긴 것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익을 합하면 4381억원에 달한다.

반면 정책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황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평일 대비 주말·공휴일 고속도로 교통량은 103.5%였다. 평일에 차량 100대가 운행했다면 주말·공휴일엔 103.5대가 다녔다는 뜻이다. 할증료 도입 첫해인 2011년 주말·공휴일 이용률(108.8%)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한 사립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KTX, 비행편, 고속버스 등이 늘어나 고속도로 이용객이 분산된 걸 감안하면 할증 효과는 거의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할증 제도 자체를 모르는 이도 많다. 2018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6.9%가 ‘주말 할증제를 모른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하이패스를 단 차량이 늘면서 요금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니 제도를 모르는 운전자는 더 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일각에선 정부가 주말 여행을 장려하는 정책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주말 고속도로 이용자들에게 추가 요금을 받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등은 인구 감소 지역에 가는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렌터카 할인을 해주는 상품 등을 개발하고 있다. 보통 지방 여행은 주말에 떠나는데 주말 고속도로 통행료를 더 받는 건 모순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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