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조' 체코 원전 따냈다…17년 이상 일감·유럽 추가 수주 기대
한국이 체코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됐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만이자 사상 두번째 한국형 원자로 수출이다.
체코 원전 수주로 향후 17년 이상 국내 원전 생태계에 일감이 공급될 전망이다. 폴란드, 영국 등 유럽으로의 원전 수출 교두보가 마련됐다는 의미도 크다. 정부의 원전 수출 10기 목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이날 정부 회의를 열어 두코바니 지역 신규 원전 2기 건설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했다. 총사업비는 우리돈으로 2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체코 원전 건설사업은 두코바니·테믈린 지역에 1200㎿(메가와트) 이하 원전 최대 4기를 짓는 사업이다. 체코정부는 우선 두코바니 5·6기 건설 사업자를 선정하고 테믈린 3·4호기는 향후 5년내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내년 3월 정식 계약 체결 후 오는 2029년 착공하고 2036년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한다.
한국은 한국수력원자력을 필두로 한전기술·한국원자력연료·한전KPS·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 등 '팀 코리아'를 꾸려 프랑스의 프랑스전력공사(EDF)와 맞붙었다. 당초 미국 웨스팅하우스까지 3파전으로 치러졌지만 웨스팅하우스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중도 탈락했다.
한수원은 1200㎿(메가와트) 이하 원전을 요구하는 체코의 요구에 맞춰 UAE 바라카 원전에 공급한 APR1400의 파생 모델에 출력을 1000㎿급으로 조정한 APR1000으로 도전장을 냈다. 지난해에는 유럽전력사업자인증(EUR)도 취득했다.
한수원의 APR1000은 가격·품질·납기 3박자를 다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주전이 시작됐을 때부터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한국 원전에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됐다.
건설단가가 9조원 안팎인 APR1000은 15조~16조원으로 예상되는 프랑스전력공사(EDF)의 EPR1200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앞섰다. 세계원자력협회(WNA) 조사 결과를 봐도 2021년 기준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킬로와트)당 3571달러로 프랑스(7931달러)보다 확연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이 UAE 바라카 원전 4기를 적기에 건설한 것 역시 강점으로 작용했다. EDF는 핀란드의 올킬루오토 3호기 건설을 13년가량 늦춘 전적이 있다. EDF는 영국의 힝클리 1호기 준공 계획도 2027년에서 2029년 이후로 연기하면서 총공사비 역시 250억~260억 파운드에서 310억~340억 파운드로 불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체코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인력 운용 경험도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원전 4기 건설을 위해선 수천명 규모의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데 한국은 100여개 기업이 현지에 진출해 1만4000명 이상의 인력을 고용한 경험이 있다.
유럽에서 확실한 인지도를 구축하면서 수주 행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유럽은 원전 발주가 활발한 지역 중 하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 건설 계획을 앞다퉈 세우고 있다. 당장 폴란드·루마니아·슬로베니아·헝가리·튀르키예·영국·스웨덴·네덜란드·핀란드 등의 발주가 기대된다.
아울러 원전 연계 산업의 현지 진출도 기대된다. 정부는 체코 정부와 △원전 연계 수소생산 △원전기술 및 SMR(소형모듈원전) 협력 △전력기자재 해외진출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해왔다. 에너지 인프라를 기반으로 우리 기업의 현지 투자도 늘어나는 등 체코와 경제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국내업체가 주기기나 보조기기로 기자재를 공급하는 경우 상업운전 후에도 통상 원공급사에게 교체품 및 예비품을 공급한다"며 "설계가 변경되거나 단종돼 기자재가 다른 공급사로 변경되기 전까지는 계속 공급되므로 상업운전 후 약 10년 이상 공급이 지속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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