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삶]흉가 체험장이 된 몽키하우스

기자 2024. 7. 1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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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흉가 몽키하우스 방문기.”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의 제목이다. 이외에도 ‘몽키하우스’로 검색하면 흉가 체험 영상을 여럿 보게 된다. 영상의 형식들은 대체로 비슷하다. 야밤에 건물을 찾아가 카메라 시점으로 여기저기 탐색하는 와중 카메라가 갑자기 꺼지거나 출처를 알 수 없는 발자국 등이 나타나는 식이다. 때로는 무속인이 출연해 “원환귀”와 마주치기도 한다. 몽키하우스의 이런 ‘오락적 기능’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해봤다.

몽키하우스는 동두천에 있는 낙검자 수용소의 다른 이름이다. 1960~1970년대 대한민국 정부는 미군에게 안정적으로 ‘위안’을 제공하기 위해 미군 주둔지마다 기지촌을 조성했다. 기지촌 운영의 핵심 장치는 성병관리였다. 미군의 자유로운 성매매를 보장하기 위해 한국 여자들은 ‘깨끗하게’ 관리되어야 했다.

낙검자 수용소는 이 관리가 어떻게 국가 주도하에 강제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기지촌 여성들, 즉 미군 ‘위안부’들에게 어떤 폭력이 행해졌는지 보여준다. 여성들은 이곳에 감금되어 치료를 강요당했고, 때로는 도망치려다 낙상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페니실린 과다 투여로 인한 쇼크로 사망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이곳에 수용된 이들이 원숭이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 몽키하우스였을까.

그런데 이 건물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한 사학재단의 소유로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던 것을 2023년 동두천시가 29억원에 매입했다. 동두천시는 ‘소요산 종합발전 관광계획’에 따라 이를 철거하고 관광지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공주의 한이 서린 건물”이라는 그럴듯한 스토리가 덧씌워진 채로 흉가체험장 취급당하는 몽키하우스의 상태를 생각할 때, ‘흉물’을 치워버리려는 동두천시의 결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철거 결정에 있어 더 중요했던 건 건물의 외관이나 상태가 아니라 그 건물이 지닌 의미 그 자체였을 것이다. 몽키하우스는 국가가 체계적으로 “색시 장사”를 했다는 사실에 대한 물질적인 증거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에서 미군 ‘위안부’로 이어지는 ‘위안의 시스템’을 체화한 공간으로서 그 건물이 지고 있는 역사적 무게도 가볍지 않다.

미군 ‘위안부’ 제도의 근간은 일본군 ‘위안부’ 제도였다. 그리고 그 모방의 과정에는 한국군 ‘위안부’ 제도가 있었다. 한국전쟁기에 한국군이 ‘위안부’ 제도를 운영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문제를 최초로 밝힌 김귀옥 교수가 한국군 ‘위안부’의 존재를 알게 된 건 한국전쟁 기간 동안 포로로 있다가 월남한 이들을 인터뷰하면서였다. 포로수용소에 여성 포로들이 있었는데 낮에는 부엌일이나 빨래 등을 했고 밤이 되면 “군인들에게 당하는 것 같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김 교수는 자료 조사 중 1956년 육군 본부에서 쓴 <6·25 사변 후방전사>에서 ‘특수위안대’ 항목을 발견한다. 거기에는 1952년 한 해 동안 4개 위안시설에서 얼마나 많은 군인들을 위안했는가를 자랑하는 실적표가 정리되어 있었다. 전쟁 기간에 특수위안대 여성들은 군수품인 ‘제5종 보급품’으로 다루어졌고, 하루 약 여섯 명의 군인을 상대했다. 몽키하우스가 ‘위안부’ 제도에 대한 증거라면, 이와 함께 기억해야 할 이야기가 더 있는 셈이다.

철거를 둘러싼 의견은 분분하다. 부끄러운 역사이므로 지워야 한다는 입장과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한국사회의 집단적 기억의 일부로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 부딪치고 있다. 나는 전국의 성병관리소가 다 사라지고 유일하게 남아 있는 몽키하우스가 방치되어 있다가 서둘러 지워지기보다는 전쟁의 참상을 돌아보고 평화를 말할 수 있는 장소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그곳에 “원환귀”가 출몰한다면 그건 역사를 청산하지 못한 우리 탓 아닐까. 그 원한 역시 제대로 위로하고 싶다.

손희정 문화평론가

손희정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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