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의 옆집물리학]자전거 예찬

기자 2024. 7. 1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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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자주 탄다. 10㎞ 거리의 직장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기도 하고, 집 근처 커피숍에 갈 때도 자전거를 애용한다. 저녁을 준비하던 아내가 동네 슈퍼에서 빨리 뭘 사 오라고 한다. 자전거 탈 생각에 게으른 몸이 거실 소파에서 쉽게 일으켜진다. 자전거를 타는 게 걷는 것보다 훨씬 더 편하다는 것을 내 몸이 잘 알기 때문이다.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걷는 것과 비교하면, 자전거는 절반의 에너지 소비로 3배 이상의 속도를 낸다.

자전거의 높은 에너지 효율성은 물리학으로 이해할 수 있다. 몸의 근육이 자전거 페달을 미는 역학적 일은 100%에 가까운 높은 효율로 바퀴의 회전 운동에너지로 변환된다. 걸을 때는 다르다. 팔이 위아래로 움직이고 몸통이 좌우로 흔들리는 등, 부수적으로 낭비되는 에너지가 많다. 걸을 때는 우리 몸의 무게 중심이 위아래로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것도 자전거와 다른 점이다. 중력에 거슬러 몸의 무게 중심이 위로 이동할 때 큰 에너지가 소비된다. 걷는 것은 앞으로 가기 위한 것인데도, 우리 몸은 위아래 방향의 엉뚱한 움직임으로 큰 에너지를 소비하는 셈이다. 자전거와 한 몸이 된 인간은 두 발로 걷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훨씬 더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매년 전 세계에서 1억대 이상의 자전거가 판매되는 이유, 인간의 발명품 중 자전거를 최고로 꼽는 이가 많은 이유다.

자전거는 왜 잘 넘어지지 않을까? 회전축에 줄을 연결해 천장에 자전거 바퀴 하나를 매달고 똑바로 세워 돌리면 바퀴는 수직 방향을 유지하며 한동안 회전한다. 비행기에도 쓰이는 자이로스코프 장치의 원리인 물리학의 각운동량 보존법칙 때문이다. 빠르게 회전하는 바퀴는 쉽게 회전축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전거의 안정성도 자이로스코프 원리로 설명할 수 있을까?

땅에 붙어 회전하며 나아가는 바퀴 하나 위에 같은 모양의 바퀴를 딱 붙여 놓은 모습을 떠올려 보라. 아래 바퀴가 회전하면 위의 바퀴는 딱 맞물려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 바로 이 방식으로 자전거의 앞바퀴와 뒷바퀴에 바퀴를 하나씩 추가해 맞물려 놓으면 모두 네 바퀴의 회전에 의한 전체 각운동량은 0이 되어 자이로스코프 원리가 작동할 리 없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실험용 자전거도 안정된 자세로 움직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각운동량 보존법칙만으로는 자전거의 안정성을 설명할 수 없다. 사람이 핸들을 조정해서 안정성을 유지한다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이것도 답이 아니다. 약간의 경사가 있는 비탈길에서 빈 자전거를 앞으로 밀어 굴려보자. 누가 핸들을 조정하지 않는데도 자전거는 안정적으로 굴러 내려간다. 자전거의 안정성이 운전자가 핸들을 조정하기 때문일 리 없다.

자전거의 역학적 안정성의 이유는 잘 밝혀져 있다. 빈 자전거가 비탈을 내려가다 어쩌다 왼쪽으로 살짝 기울면 핸들이 왼쪽으로 조금 꺾여 경로가 휘어지기 시작한다. 이때 작용하는 원심력은 오른쪽이어서 자전거는 다시 똑바로 서게 되고 핸들도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오게 된다. 각운동량 보존과 사람의 핸들 조정도 안정성에 일부 도움을 주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자전거가 기울면 핸들이 돌고 이때 발생한 원심력이 자전거의 안정성을 회복시키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자동차와 비교해도 엄청난 에너지 효율을 자랑한다. 자전거 탈 때는 몸무게에 더해 기껏 15㎏ 정도의 질량이 추가될 뿐이지만, 자동차의 경우에는 내 한 몸 움직이기 위해 무려 100배인 1500㎏의 질량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큰 비효율적인 이동 수단이다. 사용하는 에너지의 성격도 다르다. 자전거는 내가 먹은 밥으로 가동하는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움직이지만, 자동차는 화석연료나 발전소에서 애써 만든 전기에너지로 움직인다. 가능한 한 쓰지 않는 것이 좋은 귀중한 에너지로 자동차는 굴러가고, 내 몸의 건강을 위해 쓰는 것이 더 나은 에너지로 자전거는 굴러간다.

건강에도 환경에도, 꿩 먹고 알 먹고, 자전거보다 나은 이동 수단은 없다. 도심에서 자동차의 속도가 자전거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도 자전거의 매력 포인트다. 점점 더 많은 이가 자전거를 타며 목소리를 모아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자전거 친화적 도시 환경으로 바꾸자. 가만히 멈춰 있으면 넘어지지만,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에서 우리 삶의 교훈도 배울 수 있다. 좌절해서 고꾸라지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갈 일이다. 자전거를 타자.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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