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다수인 노동자가 행복한 세상 만들어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권익 보장
사법부가 맡은 가장 중요한 역할
국회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 개정
노동법원 도입 입법 서둘러주길
임기 6년을 마치고 오는 8월1일 퇴임을 앞둔 김선수 대법관이 “저의 모든 재판, 특히 노동사건 재판에서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법리를 기본바탕으로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에 기여하는 판결을 하기 위해 고민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대법관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3층에서 열린 퇴임 기념 헌정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법관은 “사회 모든 구성원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선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낮은 벽 중 한 부분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 노동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수결의 원리에 의해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을 보장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포용력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헌법으로부터 사법권을 부여받은 법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관은 1980년 이후 임명제청된 대법관 중 처음으로 판사나 검사를 거치지 않은 순수 재야 변호사 출신이다. 1988년부터 대법관으로 임명된 2018년까지 약 30년 동안 변호사로 활동했다. 변호사 시절 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설립신고 소송, 콜트·콜텍 노동자 정리해고 사건 등을 맡아 노동자의 권리 증진 및 구제 방향으로 판례를 바꾸고 법률을 개정하는 데 앞장섰다.
대법관으로 재임한 6년 동안 김 대법관은 자신의 전문성을 십분 발휘했다. 진폐증 판정을 받은 노동자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보험급여를 다시 판단받을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파견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정할 때 기준이 없다면 법원이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새 법리를 제시하기도 했다. 종교적 이유로 면접을 보지 못해 불합격 처리한 것은 부당하다는 첫 판단도 내렸다.
기후위기 활동가들이 화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며 조형물에 스프레이를 칠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선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면서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김 대법관은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온갖 갈등 사건이 예외 없이 법원으로 오는 데 대한 안타까움도 밝혔다. 김 대법관은 “법원에 제기된 사건에 대해 판결할 수밖에 없는 것이 법관의 숙명이지만, 법률해석에 근거한 일도양단의 판결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닐 수도 있다”며 “사회 전체 차원에선 노사자치적 해결능력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 대법관은 국회가 입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당부했다. 그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노동법원 도입’을 특히 강조했다. 김 대법관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근로기준법 6조를 개정하면 되고, 노동법원 도입은 (윤석열) 대통령이 강력하게 의지를 표명했으므로 국회에서 입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법원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추진됐지만 무산됐다. 이후에도 노동법원 설치를 위한 법안이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민생토론회에서 “우리 사회도 이제 노동법원 설치가 필요한 단계가 됐다”고 말한 이후 노동법원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용노동부와 법무부는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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