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오페라 발레단 ‘동양인 첫 최고무용수’ 박세은 “최고란 타이틀 부담보다 자신감…포기하지 않으니 ‘때’가 오더라”

백승찬 기자 2024. 7. 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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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딸 출산 6개월 뒤 복귀
20일부터 예술의전당서 공연
프로그램 구성·캐스팅 도맡아
발레리나 박세은(오른쪽)과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4’ 포스터. 예술의전당 제공

세계 최고(最古) 역사의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서 박세은(35)은 2021년 최초의 동양인 에투알(최고무용수)이 됐다. 입단 10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4’ 공연을 앞두고 1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세은은 말했다.

“전 스스로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 무용수거든요. 그러니 타이틀이 부담감보다는 자신감을 주더라고요. ‘내가 넘어져도 에투알이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할까요(웃음).”

박세은은 에투알이 된 비결을 ‘타이밍’이라고 했다. 좋은 시기에 발레단에 와서 좋은 예술감독을 만났고, <백조의 호수> 언더스터디였다가 동료들이 잇달아 부상을 입거나 임신을 해서 배역을 맡았다. 박세은은 “‘내가 너무 잘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준비 안 된 사람이 ‘타이밍’을 잡을 리는 없다. 확실한 사실은 박세은이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후배 무용수들이 성공 비결을 물어올 때마다 박세은이 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다. “너만의 타이밍이 올 거니까 조급해하지 말라. 예술에선 최선을 다해 살다 보면 좋은 길이 열릴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선 20·21일, 23·24일 각각 다른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박세은이 직접 프로그램 구성과 캐스팅을 책임졌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 공식 등재된 핵심 레퍼토리 중에서 골랐다. <백조의 호수> 3막 흑조 파 드 트루아같이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작품뿐 아니라 ‘정교함의 짜릿한 전율’(안무 윌리엄 포사이스)같이 좀처럼 보기 힘든 작품도 포함됐다. 박세은은 “한 편만 뽑으라면 대답을 못할 정도로 모두 보석 같은 작품이다. 프로그램 짜면서 자려고 누워도 ‘이거 할까’ ‘저거 할까’ 하며 생각난 작품”이라고 말했다.

박세은은 프랑스 발레의 매력을 “힘이 들어가지 않고 자연스러운 춤” “동작이나 테크닉보다 감정이 먼저 묻어 나오는 춤”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함께 내한한 에투알 폴 마르크와 추는 ‘르 파르크’만 봐도 프랑스 무용수들과 러시아 무용수들의 스타일이 전혀 달라 완전히 다른 작품처럼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박세은은 지난해 1월 딸을 출산했다.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는 “10개월 동안 춤을 못 춘다는 생각에 우울”했지만, 의사와 상담하며 임신 3개월까지는 무대에 섰고 이후에도 연습실에서 토슈즈를 신고 운동을 이어갔다. 출산 6주 뒤부터 연습을 시작했고, 출산 6개월 후 공식적으로 무대에 복귀했다.

박세은은 “가끔은 출산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아이를 보면 ‘내가 언제 이런 딸을 낳았지’ 싶을 때도 있다”며 “원래 춤추면서 고뇌가 많은 스타일이었는데 육아로 피곤해 고뇌할 시간도 없다. 연습하고 육아하는 루틴이 잡히면서 오히려 편해지고 스스로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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