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SK E&S 합병, 100조 에너지기업 탄생

‘1대 1.2’ 비율…소액주주 불만 불가피
‘적자행진’ SK온, 3사 합병안도 의결

서울 종로구 서린동 에스케이그룹 사옥. 연합뉴스

에스케이(SK)그룹이 10분기 연속 적자행진 중인 이차전지 회사 에스케이온을 살리기 위해 에스케이온의 모회사 에스케이이노베이션과 에스케이이엔에스를 합병하기로 했다. 합병 비율은 1대 1.2로 에스케이이엔에스에 유리하게 결정돼,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소액주주로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그룹 지주회사 에스케이㈜는 합병 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에 대한 지분율이 36.22%에서 55.9%로 커진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과 에스케이이엔에스는 17일 오후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안을 의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과 에스케이이엔에스의 합병 비율은 1대 1.2(1.1917417)로 정했다. 다음달 27일 합병승인 주주총회의 의결을 거친 뒤 11월1일을 합병기일로 잡았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현재 에너지와 미래에너지는 물론 배터리, 이에스에스(ESS) 등 전기화 사업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진화한다”고 합병 배경을 설명했다. ‘합병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자산 100조원, 매출 88조원 규모로 커진다. 현재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자산은 약 80조원이다. 상각전 영업이익(EBITDA)는 이전 1조9000억원 수준에서 5조8000억원 규모로 커진다. 에스케이온 증자에 참여하는 등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이 홀로 짊어졌던 이차전지 사업 지원에 ‘캐시카우’를 붙여준 셈이다.

합병 비율이 1대 1.2로 정해진 것은 상장법인인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이 합병가액을 기준시가와 자산가치 가운데 기준시가로 정했기 때문이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이 산정한 기준시가(주가를 토대로 산출)는 11만2396원, 보통주 1주당 자산가치는 24만5405원이다. 비상장법인인 에스케이이엔에스의 합병가액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각각 1과 1.5의 비율로 가중산술평균한 가액인 13만3947원으로 결정했다.

이에따라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소액주주 반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에스케이이엔에스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돼 소액주주는 신설 합병법인의 주식을 적게 받아 불리하기 때문이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49.32%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지분 7.14%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에스케이이엔에스 지분 90%를 가지고 있는 에스케이㈜와 에스케이앤에스에 상환전환우선주(만기때 투자금을 상환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를 3조1350억원 규모를 발행한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은 합병 뒤 지분이 늘어나 유리하다.

이에 대해 외부평가를 맡은 한영회계법인은 “합병법인의 기준시가는 자산가치보다 낮지만 다수의 시장참여자들에 의해 주식시장에서 거래되어 형성된 시가를 기초로 산정된 기준시가가 기업의 실질가치를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기준시가를 합병가액으로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에스케이온과 에스케이트레이딩인터내셔널, 에스케이엔텀 3사도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의결했다. 에스케이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원유·석유 트레이딩 회사이고, 에스케이엔텀은 사업용 탱크 터미널을 갖추고 유류화물의 저장과 입·출하 관리를 하는 회사다. 에스케이온은 다음달 27일 주주총회 의결을 거친 뒤 11월1일 에스케이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내년 2월1일 에스케이엔텀과 합병한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