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 움직이다 손목 찌릿···여름철 또다른 불청객 ‘건초염’
손목 사용량 많은 직업군·여성, 발병률 높아
최상의 치료법은 ‘휴식’···무리한 동작 반복 피해야
스마트폰, PC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이 많은 현대인들 중에는 손목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손목은 평소 움직임이 많은 부위인 데다 힘줄·근육·근막 등 다양한 연부조직이 존재한다. 잘못 사용하거나 사용량이 과하게 많으면 통증이나 염증이 생기기 쉽다. 반복적인 타이핑이나 마우스를 사용할 때 엄지손가락이나 손목이 찌릿하거나 아픈 경우 손목건초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손목에 통증이 발생하면 일상생활 중 불편함이 커진다. 증상을 방치할 경우 손을 사용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게 될 수도 있으므로 예방과 빠른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하다.
손목건초염은 손목에서 엄지손가락으로 이어지는 힘줄(신전근건)이 손상돼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건초는 힘줄(건)을 칼집처럼 감싸고 있는 얇은 막이다. 외면의 섬유 조직(섬유초)과 내면의 액체(활액초), 2층 구조로 구성돼 있다. 근육을 움직일 때마다 건이 건초 안을 왔다 갔다 하는데 건초는 건이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역할을 한다. 1895년 스위스 외과의사인 프리츠 드 퀘르벵에 의해 처음 보고되어 ‘드퀘르벵병(De Quervain Disease)’이라고도 불린다. 건초염이란 용어가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평생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환 중 하나다.
손목건초염은 보통 손목 근육이나 관절을 과도하게 사용해서 생긴다. 젊은 층보다 중·노년층에서 발병률이 높은 이유다. 젊은 층은 대사가 활발해 염증이 생겨도 금세 가라앉지만 나이가 들면 염증이 축적되며 증상이 더 심해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활용해 건초염의 연령대별 진료인원을 살펴본 결과 전체 160만 3000명 중 50대가 24.7%(39만 6000명)로 가장 많았고 60대 18.7%(29만 9000명), 40대 17.3%(27만 8000명)의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 환자가 95만 3000명으로 남성 환자 65만 명보다 많았다. 여성은 기본적으로 뼈가 가늘고 손목 근력이 약해 같은 일을 하더라도 손목에 좀 더 무리가 갈 수 있다.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염증이나 부종에 취약해 남성보다 건초염 발병률이 3배 이상 높다고 알려졌다. 나이, 성별과 무관하게 피아니스트, 수공예가, 요리사, 게이머 등 손목을 많이 쓰는 직업군은 손목건초염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이다. 핸드폰, 컴퓨터 사용량이 많은 사무직 직장인도 건초염 발생에 취약하다.
손목을 많이 안 쓰던 사람이 갑자기 무리해서 사용했을 때도 건초염 발병률이 높아진다. 골프, 자전거, 테니스 등 평소 안 하던 운동을 과도하게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특히 한국은 요즘같은 여름철에 환자가 급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 현황에 따르면 1년 중 여름철인 6~8월에 건초염 환자가 가장 많고 겨울철인 1~2월에 가장 적었다. 여름에 유난히 건초염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사계절 중 야외 활동이 가장 많은 시기인 데다 비가 많이 와 기압이 낮고 습도가 높은 날이 많기 때문이다.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 관절 내 압력이 높아져서 신경을 자극한다. 처음에는 관절 주변이 움직일 때 뻣뻣한 느낌이 들다가 증상이 심해지면 만지기만 해도 극심한 통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건초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통증과 부종이다. 이외에 누르면 아픈 압통, 관절 운동의 장애, 근력 약화 등이 나타난다. 손목건초염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엄지손가락을 나머지 손가락으로 감싼 후 주먹을 쥔 상태에서 손목을 아래로 꺾는 핀켈스타인 검사(Finkelstein test)가 있다. 이 때 통증이 심하거나 방사통이 있으면 손목건초염을 의심해야 한다. 다만 자가진단만으로 스스로 처치해서는 안되며 전문가에 의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손목건초염의 가장 좋은 치료법은 휴식이다. 될 수 있는 한 손목건초염이 발생한 손은 쉬게 하고 소염제로 붓기를 가라앉힌다. 증상이 심하면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를 투여하는데 일련의 치료에도 증상 호전이 없다면 힘줄을 덮고 있는 활차(인대)의 일부를 잘라 힘줄에 대한 압박을 풀어주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이상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손목건초염은 손목의 무리한 사용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손목의 운동을 제한하는 보조기나 깁스 착용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며 “손목을 이완시켜줄 수 있는 운동치료, 물리치료 등과 함께 약물이나 주사치료를 하면 통증과 염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방치하는 기간이 길수록 치료의 강도와 재발 확률이 높아진다”며 “평소 손목 건강을 위해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무리한 동작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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