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5개월 앞두고 ‘금투세’ 사라지나
증시 충격 과도한 공포심…1% 주식 부자 ‘감세’ 자본 불평등 심화
연간 5000만원 이상의 금융투자 양도소득에 대해 물리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시행을 불과 5개월여 앞두고 무력화 수순을 밟게 됐다. 정부·여당의 금투세 폐지론에 반대해온 더불어민주당이 유예론으로 돌아서면서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금투세 유예를 언급하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논의를 즉각 착수하자”고 호응했다.
금투세 반대론자들은 국내 시장이 성숙하지 않아 시기상조이고, 시행 시 국내 증시에 충격이 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해외 주요국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에 따라 주식 등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를 시행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와 정치권이 과도하게 공포심을 조장하면서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①금투세가 부의 사다리 무너뜨린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세 부담 때문에 개인의 자산 형성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당국은 주장한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주식 투자자(1440만명) 중 금투세 납부 대상은 15만명(1.04%)에 그쳤다. 금투세가 유예·폐지될 경우 근로소득에는 과세하면서 상대적으로 상위 소득 집중도가 높은 자본소득에 대해선 세금을 매기지 않게 되는 만큼 자본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 특히 증권거래세는 이미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단계적으로 인하됐고, 내년부터는 폐지된다. 주식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도 종목당 보유금액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완화한 만큼, 금투세가 유예될 경우 사실상 자본가에 대한 ‘감세 효과’로 소득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당초 2023년 시행 예정이던 금투세가 2년 유예됨에 따라 연평균 9808억원의 세수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수를 만회하려면 증권거래세와 대주주 기준을 원상 복구해야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이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②‘큰손’ 이탈로 국내 증시 충격?
금투세가 시행되면 자본시장을 이끄는 ‘큰손’이 이탈해 국내 증시의 폭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도 대표적인 반대 논리다. 그러나 이미 양도세를 내고 있는 대주주와 조세협정에 따라 세금을 내지 않는 외국인은 금투세 적용 대상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금투세 유예가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2025년부터 양도차익에 과세가 된다는 것은 이미 주식시장에 반영됐다. 대응할 시간을 충분히 줬다”고 강조했다.
③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시기상조?
이재명 전 대표는 주식시장이 어려운 상태인 만큼 금투세 시행 시기를 미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세제도를 상황 논리에 따라 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한 조세 전문가는 “안 그래도 세수가 부족한데 (금투세를 도입할)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면 증권거래세도 낮추지 말고 (세율 인하를) 미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짚었다.
국내 증시의 선진화에 역행하는 것은 오히려 정부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선 소극적이다. 갑작스럽게 공매도 금지 조치를 단행해 시장의 접근성을 제한하면서 국내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DM) 지수 편입이 좌절되기도 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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