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산복도로 조망권, 적극적인 미래전략 필요

김지현 부산대 통일한국연구원 균형발전연구센터장·특임교수 2024. 7. 1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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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부산대 통일한국연구원 균형발전연구센터장·특임교수

부산의 원도심 야경에 대한 에피소드 하나. 늦은 밤 항구로 들어오는 배에서 바라보는 부산은 그야말로 번화한 빌딩숲 야경인 줄 알았는데 다음 날 보니 산자락 능선을 따라 층층이 들어앉은 집들이었다는 얘기다. 개항기 일자리를 찾아 유입한 외지인부터 한국전쟁 피란민들, 전후 복구와 산업화 시기 이촌향도로 부산에 정착한 사람들까지 저마다의 사연으로 모인 고달픈 삶터였다. 집으로 가는 좁고 굽은 언덕배기를 한참 오르다가 만나는 산복도로인 망양로(望洋路)는 말 그대로 바다를 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을 만큼 멋진 풍광을 선물한다. 이토록 멋진 조망권을 두고 50년 넘는 갈등이 묵혀 있다.

1972년 지정되어 현재까지 존치하고 있는 산복도로의 고도제한, 정확히는 해안조망과 도시경관을 위해 노면 이하로 건축을 제한하는 최고 고도제한지구가 이 일대에 8개 구간 약 8.8km에 걸쳐 지정되어 있다. 주민의 오랜 숙원이다보니 20년 넘도록 지속적으로 해제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못했다. 그만큼 산복도로의 해안조망권은 부산의 대표적 경관자원일뿐만 아니라 역사적, 문화적 가치도 매우 높아 섣불리 해제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고작 30m 폭에 불과한 고도제한만으로 중앙대로까지 최소 500m, 북항해안까지는 1km가 넘는 거리를 어떻게 해안조망을 확보할 수 있을까? 도시정비사업이나 북항재개발사업 등이 시작되기 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언발에 오줌누기’ 정책이다. 망양로의 조망권을 가로막는 구간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북항재개발사업구역과 부산역 일대의 판상형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으로 늘어가고 고도제한지구 인접지역 또한 10층 이상 개발가능한 2,3종 일반주거지역이 대다수이며 20개소가 넘는 도시정비사업구역이 지정되어 있다. 때문에 머지않아 망양로에서의 고도제한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더 늦지 않게 논의하고 실행해야 할 때이다. 고도제한은 목적이 아니라 해안조망과 도시경관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훼손되어 가는 해안조망과 도시경관을 위해 더 나은 수단을 찾아 논의해야 한다. 그것이 곧 원도심의 미래전략이자 고도제한의 해법이다.

첫째, 확실히 지킬 구간을 정하고 망양로에서 해안까지 오픈스페이스이자 수직 경관축인 불러바드(Boulevard, 상징가로)를 만들자. 기존 수정축도 좋고 한군데만이라도 괜찮다. 만약 수직 경관축 구간이 도시정비사업이나 개발구역이 지정되어 불러바드로 수용하기 어렵다면 사업지구별 계획단계에 공개공지나 공공보행통로 등 오픈스페이스로 설계하도록 유도하자. 한번에 실현되지 않겠지만 이제는 10년, 혹은 20, 30년 후에 망양로에서 북항을 가로질러 해안을 쭉 벋어 내려다볼 수 있는 긴호흡의 정책도 시도해야 한다.

둘째, 35km의 산복도로를 단절없이 연결하고 걷기 좋은 보행로를 구축하자. 그것이 원도심, 그리고 산복도로의 아이덴티티이며 망양로의 경관자원을 가치롭게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70개가 넘는 거점시설의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셋째, 망양로 외 원도심권의 숨어 있는 전망자원을 찾아 활성화하자. 수정산 꿈자람터, 동구 도서관의 루프탑인 책마루전망대, 꽃마을로에서 학감대로로 넘어가는 길은 영구 조망권을 확보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망양로 조망을 무색케하는 숨은 전망자원들은 산복도로 한바퀴 보행로와 함께 원도심의 가치를 높여줄 것이다.

넷째, 산복도로에서 바라보는 해안조망과 도시경관은 다가가기 어려우면 안된다. 경관과 조망의 가치는 원도심에서 쉽게 연결되어야 더욱 커진다. 그러기 위해서 북항재개발사업의 성공적 추진과 함께 북항과 원도심 가운데인 부산역을 T.O.D(Transit Oriented Development, 역·도시일체개발) 방식으로 역세권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부산역은 북항과 원도심을 잇는 중심점으로서 중앙대로와 충장대로로 단절된 구간을 지상과 지하로 연결하고 복합용도의 개발을 통해 원도심의 활력을 유도할 수 있다.


곧 2040 부산도시관리계획 재정비 공청회와 공람이 예정되어 있다. 원도심 행정구들이 합심해서 고도제한 해제가 난개발이 아니라 원도심의 미래전략이 될 수 있는 종합계획으로서 공간예술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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