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공공기관 2차 이전, 단 김에 빼야

박태우 기자 2024. 7. 1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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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초반부터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관련 법안 발의가 잇따른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헌법재판소를 광주로 옮기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국가균형발전, 권력 분산, 독립성 강화를 목적으로 헌재의 광주 이전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 정책수석부대표인 김용민 의원은 대법원을 대구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헌재와 대법원 이전을 추진하려는 것은 균형발전과 함께 사법 권력 집중화 해소다. 정치적 목적을 모를 바 아니지만, 추진 명분이 있다.

민주당에서 공공기관 이전 요구가 커지는 것은 고무적이다. 의석 수를 감안하면 공공기관 이전 열쇠는 민주당이 쥔다. 공공기관 이전은 역대 민주당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대표한다. 2차 공공기관 이전 역시 20대 국회 때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가 처음 제기했다.

비수도권의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대한 바람은 22대 국회 들어 더욱 커졌다. 청년 유출, 고령화, 인구 감소 등 지방 소멸은 악화일로다. 현재로선 지방 소멸을 늦추고, 수도권 집중 완화에 이만한 정책도 없다. 비수도권은 민주당의 움직임이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앞당기는 도화선이 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부산은 산업은행 이전을 반대하는 ‘민주당의 몽니’가 해소될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산은 이전법은 21대 국회 때 민주당의 반대로 폐기됐다. 22대 국회 초반부터 부산 의원들의 산은 이전법 발의 등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활동이 활발한 이유다. 부산 의원들은 산업은행과 함께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국책 금융기관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인 박수영(부산 남) 의원이 산은법 개정안을, 이성권(부산 사하갑) 의원이 기은·수은·예보의 부산 이전을 골자로 한 ‘국책 금융기관 부산 이전 패키지 법안’을 발 빠르게 발의했다. 박 의원이 시작한 ‘산은 이전 챌린지’도 부산시의회와 기초단체 등으로 이어진다.

공공기관 이전을 바라는 마음은 다른 지역도 다르지 않다. 충남도는 2차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우선 선택권’을 달라고 정부에 촉구한다. 세종시 건설을 이유로 1차 혁신도시 지정에서 제외된 점을 고려해 이전 기관을 먼저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최근 충청권 시·도지사 4명은 윤석열 대통령과 가진 비공개 회동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언급, 윤 대통령으로부터 “충청권에 많이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내기도 했다.

낙후지역과 미완성 혁신도시 의원 간 입법 경쟁도 벌어진다. 전북 남원·장수·임실·순창의 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지를 인구감소지역으로 확대하자’는 내용의 혁신도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북 혁신도시가 있는 전주갑 지역의 같은 당 김윤덕 의원은 ‘미완성인 혁신도시의 성공을 위해 2차 공공기관 이전도 혁신도시에 배치해야 한다’는 취지의 맞불 법안을 냈다.


전국이 달아오르지만, 정부 입장 정리가 되지 않은 것은 우려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은 “기대한 만큼 (1차)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맞춤형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한 것이 전부다.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1차 공공기관 이전 성과평가 용역연구 결과가 나오는 11월 이후 2차 이전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국토부 용역 결과가 나오는 시점이 ‘절대적인 시간표’는 아니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일에 속도가 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내부 혼선이 2차 공공기관 이전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골든 타임’은 올해 연말까지다. 분위기가 무르익는 지금, 국회와 정부가 2차 이전 논의를 서둘러야 연내 성과를 낼 수 있다. 지방선거 국면이 시작되는 내년으로 넘어가면 정치권의 ‘희망고문’소재로 활용될 뿐이다. 쇠 뿔은 단 김에 빼야 한다.

박태우 서울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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