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 몸 구겨넣은 車 트렁크신, 쉽지 않았죠”

이원 기자 2024. 7. 1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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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탈출’ 주지훈

- 붕괴 위기 대교, 생존 위한 사투
- 이익만 좇는 레커 기사 조박 役
- 탈색한 단발·기름때 묻은 주유복
- 직접 스타일링해 이미지 극대화
- 입으로 횃불 뿜는 신, 실제 촬영
- “연기 욕심에 CG 하지말자 했죠”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주지훈이 지난해 ‘비공식작전’에 이어 올여름에도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그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색다른 비주얼과 극 중 반려견 조디와의 깜찍한 팀플레이로 유쾌한 매력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에서 인생 한 방을 노리는 레커 기사 조박 역을 맡아 지금껏 본 적 없는 파격 변신에 나선 주지훈.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색다른 비주얼과 극 중 반려견 조디와의 깜찍한 팀플레이로 유쾌한 매력을 가감 없이 펼쳤다. CJ ENM 제공


영화 ‘탈출’은 짙은 안갯속 공항대교에서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대교에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이 풀려나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그렸다. 지난해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았고, 프랑스 미국 독일 일본 등 전 세계 140개국에 선 판매돼 주목받았다. 사고 차량을 견인하러 온 견인 차량 기사 조박 역을 맡은 주지훈은 긴장감이 감도는 드라마에 자신의 이익만 좇는 행동으로 헛헛한 웃음을 주며 잠시 숨 쉴 틈을 준다.

최근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주지훈은 “여러 장르를 다 좋아하지만 특히 팝콘 무비를 좋아한다. ‘탈출’은 전개가 빠르고, 그 안에 있는 사건들과 구성이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조박 캐릭터가 (진지한) 다른 캐릭터보다 감정적으로 더 위에 있지 않은가. 그래서 연기하는 맛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영화 ‘탈출’의 한 장면. CJ ENM 제공


그의 말대로 조박은 위급 상황에서도 조금 들떠 있는 감정 상태를 유지하며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자칫 영화의 전체 톤과 맞지 않을 수 있는 위험부담이 있었다. 이에 대해 주지훈은 “재난 상황이기 때문에 무겁고 어두운 감정이 깔려 있다. 그런 가운데 제가 너무 튀어서 오선지에서 벗어나더라. 하지만 100% 후시 녹음으로 했기 때문에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다. 후시 녹음 때 톤을 좀 낮춰서 원래의 연기했던 것의 거의 50% 이상을 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박은 주유소에서 주인이 없을 때는 주유비를 현금으로 받아 빼돌리기도 하고, 누구보다 빨리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견인 차량 기사다. 주지훈은 이 같은 캐릭터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직접 스타일링을 제안했다. 그는 “조박이 어릴 때 가스 배달하거나 주유소에서 일하는 형들 보면 머리를 맥주로 감거나 과산화수소로 염색하곤 했을 것 같았다. 돈이 아까워서 머리도 기르고, 옷도 주유소에서 주는 주유복을 입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탈색한 단발머리와 기름때가 묻은 주유복으로 무장한 동네 양아치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선입견이라는 단어가 그게 누군가한테 피해를 주면 안 되겠지만 무언가를 창작하는 입장에서는 그 단어를 그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선입견을 잘 활용하면 굉장히 보편적인 감정이 되고, 그것을 비틀면 또 새로운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주지훈은 촬영 내내 반려견 조디와 함께 했는데, 여기에 촬영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그는 “강아지가 순한 편이었지만 아무래도 들고뛰거나 액션을 할 때는 다칠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굉장히 많은 예산을 써서 깜짝 놀랄 정도로 똑같은 인형을 만들었다”며 “ 조디의 많은 부분이 인형이고, 직접 움직여야 하거나 크게 보이는 장면에서만 실제 강아지”라고 했다.

반면 CG처럼 보이지만 직접 연기한 장면도 있다. 군사용 실험견을 견제하기 위해 위스키를 입에 머금고 있다가 횃불로 뿜어 화염을 만드는 장면이다. 주지훈은 “제작진은 당연히 위험하고, CG로 가능하니까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계속 직접하고 싶어진다. 액션에 리얼함을 부여하고 싶으니까 직접 했는데 사실은 무서웠다”며 웃었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으로는 자동차 트렁크에 들어가는 장면을 꼽았다. 주지훈은 “187㎝인 제가 5일 동안 하루에도 수십 번 실제 자동차 트렁크에 들어가야 했다. 게다가 트렁크에서 뒷좌석으로 얼굴을 빼낼 때는 억지로 밀어붙여서 밀착시켜야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 그때 통증이 너무 심해서 어깨가 부서지는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탈출’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故) 이선균도 출연한다. 주지훈은 “친분이 있는 한 지인으로서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 인간으로서는 굉장히 좋은 형, 좋은 선배, 좋은 배우였다”며 “선균이 형은 저와 결이 좀 달라서 옆에서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형은 리허설을 할 때 디테일하게 맞추고 가고, 어떤 의문점이 있으면 대화를 많이 나눠서 해결하려고 했다. 저는 의문이 생겨도 일단 해보자고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주지훈은 현재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디즈니플러스 ‘조명가게’, tvN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등 후속 작품을 통해 계속해서 대중과 만날 계획이다. 그는 “배우로서 어떤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있는 시기는 지난 것 같다. 사실 그런 관심은 아예 없기도 하다. 그저 주지훈이라는 배우가 이 영화, 이 드라마에 부족하지 않은 필요한 배우였다는 말을 들으면 좋겠고, 늘 쓰임새가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캐릭터에 대한 욕심은 없을지 몰라도 연기에 대한 욕심은 가득한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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