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1389> 성주 가야산 ‘칠불 능선’

이창우 산행대장 2024. 7. 1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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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 만에 열린 청정숲길 오르니…해인사 감싼 능선이 발아래

- 법전리 공영주차장 회귀 10.4㎞
- 서장대·두무산·보해산 등 조망
- 마르지 않는 상왕봉 우비정 이채
- 1.5m 높이 마수폭포 물살 시원
- 8월31일까지 한시적 출입 가능

- 잇단 철계단, 이끼 낀 너덜 주의

경남 합천군과 경북 성주군을 경계 짓는 가야산(伽倻山·1432.6m)은 예로부터 ‘해동의 십승지’, ‘조선팔경의 하나’로 꼽을 만큼 수려한 경치를 자랑한다.

경남 합천군과 경북 성주군을 경계 짓는 가야산 상왕봉에 올랐으나 운해가 뒤덮어 전혀 조망이 열리지 않았다. 갑자기 구름이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 남쪽 해인사를 두른 주위 산이 순식간에 열리면서, 취재팀 앞으로 두무산에서 시계 방향으로 오두산, 매화산, 남산제일봉, 우두산, 작은 가야산 등이 펼쳐졌다.


주봉은 상왕봉(1430m)이었으나 재측정 결과 칠불봉이 약 2.6m 더 높게 나와 정상을 두고 한때 논란이 있었다. 가야산의 무게감 역사성 상징성을 고려해 여전히 상왕봉을 정상으로 보고 있으나,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는 칠불봉을 정상으로 표시하고 있다. 근교산 취재팀은 국토지리원의 지형도를 따른다.

▮법전리 ‘칠불 능선’코스 개방

‘칠불 능선’ 출발지인 법전탐방지원센터.


가야산은 1972년 10월 23일 아홉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등산로는 합천군 해인사를 기점으로 하는 코스와 성주군 백운동 용기골과 만물(불)상 코스가 전부였다. 그런데 지난달 24일 가야산 북쪽인 성주군 가천면 법전리에서 오르는 탐방로를 새로 추가하면서 가야산을 더욱 다양하게 오를 수 있게 됐다. 국립공원 지정과 함께 폐쇄됐던 산길이 52년 만에 개방된 샘이다.

이에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가야산 북사면의 울창한 숲, 초록색 이끼로 뒤덮은 바위 등 살아있는 자연 생태계의 보고를 걷는 ‘가야산 칠불 능선’ 길을 소개한다.

들머리인 법전탐방지원센터 옆 마수폭포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신라 때 마수라는 용맹한 청년이 살았고 전쟁에 나가 큰 공을 세웠다. 왕이 관직을 하사하려 했지만 이를 마다하고 가야산으로 들어가 자취를 감추었다. 마을 사람들은 폭포에서 마수가 용이 되어 마을을 지킨다고 믿었고, 그의 덕을 기려 마수폭포라 부르고 있다. 계곡물이 대나무 밭을 적셔 죽전폭포라고도 한다.

칠불봉 정상의 조망.


마수폭포 주위 100m 구간을 오는 8월 31일까지 가야산국립공원이 한시적으로 계곡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수영은 할 수 없으나 손발을 담그거나 계곡에서 쉴 수는 있다고 한다.

가야산 최고봉인 칠불봉은 대가야(이진아시왕)의 건국 설화를 간직한 신령스러운 산이다. 이진아시왕의 아우인 금관가야 시조 수로왕은 인도 아유타국 공주인 허황옥과 결혼해 왕자 열 명을 낳았다. 열 명 중 일곱 왕자가 외삼촌인 장유화상을 따라 출가해 가야산에서 수도에 전념 한 뒤 성불한 데서 칠불봉이 되었다 한다.

산행 경로는 다음과 같다. 공영주차장을 출발~법전탐방지원센터~가야산 에움길(임도)~쉼터~칠불능선 출입문~덱 다리~만세갑사(탐방로와 떨어져 있다)~가야 10-3 표지목~전망대~잇딴 철계단~가야 10-5표지목~칠불봉·상왕봉 안부 갈림길~해인사·상왕봉 갈림길~상왕봉 정상~칠불봉·상왕봉 안부 갈림길~칠불봉·백운동탐방지원센터 갈림길~칠불봉 정상~칠불봉·상왕봉 안부 갈림길~칠불능선 출입문~법전탐방지원센터~마수폭포에서 탐방지원센터를 거쳐 공영주차장으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이다.

이정표의 산행 거리는 약 10.4㎞ 이며, 5시간30분 안팎 걸린다.

법전리 공영주차장을 나와 오른쪽으로 콘크리트임도를 간다. 이내 차량 진입 금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약 5분이면 법전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한다. 안내도 왼쪽 너른 길은 마수폭포 가는 길이다. 취재팀은 산행 뒤 땀도 식힐 겸 폭포를 찾기로 하고 먼저 길을 나섰다. 국립공원 경계에 들어서는 출입문을 통과한다. ‘가야산 에움길’로 봉양리까지 임도가 나 있다. 취재팀은 햇볕이 들지 않는 숲 그늘 임도를 구불구불 돌아간다.

▮마수 폭포 계곡 출입 한시적 허용

최근 비로 물길이 더욱 거센 마수폭포.


약25분이면 요란한 물소리가 나면서, 계곡에 만든 칠불봉 안내판이 선 덱 쉼터에 닿아 잠시 땀을 식힌다. 곧 오른쪽에 칠불 능선 출입문이 나온다. 해발 624m 지점인데 새로 개방된 가야산 들머리이다. 이정표는 칠불 능선 삼거리까지 2.8㎞를 알린다. 직진은 가야산생태탐방원에서 오는 둘레길이다.

탐방로 구간별 난이도 안내판을 보면 ‘가야 10-02’ 표지목까지 1㎞는 ‘보통’이며 이후 1.5㎞는 ‘어려움’으로 등산로를 표시하고 있다. ‘가야 10-04’ 표지목를 지나면서는 다섯 개 철계단이 잇따라 나오고 너덜을 올라야 하는 가파른 길인만큼 체력 안배에 신경 쓴다.

침목 계단을 거쳐 아름드리나무 사이로 완만한 산길이 이어진다. 8, 9분이면 계곡에 놓인 덱 다리를 건너간다. 산길은 조금씩 가팔라지나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칠불 능선(1.6㎞) 이정표를 지나 20여 분이면 오른쪽 산비탈에 검정 그물을 두른 축대가 보인다. 답사 산행 나서기 전에 자료를 찾아본 ‘만세갑사(万歲押寺)’ 터로 짐작되었다. 탐방로에서 100여 m 벗어나 있어 조심하며 잠시 보고 왔다. 발굴 조사로 나온 기와 조각에서 절 이름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금당 앞에 석탑 자리가 있고 조각난 부자재가 널려 있었다.

등산로에 복귀한 뒤 가지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꺾는다. 산길은 된비알로 치받는다. 암반에 소나무 뿌리가 뽑힌 전망대에서 조망이 열린다. 법전 탐방로에서는 아주 귀한 전망대인데, 날씨가 흐려 멀리까지 볼 수 없었다. 성주 읍내와 칠봉산, 오른쪽에 일부지만 칠불봉으로 올라가는 울퉁불퉁한 능선이 보였다.

해발 1000m를 넘어서면서 산길은 더욱 가팔라진다. 급기야 ‘가야 10-4’ 표지목을 지나면서는 초록색 이끼가 뒤덮은 너덜에 가파르게 설치한 철계단을 잇따라 올라야 했다. 다섯 번째 철계단을 통과해 약 55분이면 산길은 완만해지며 칠불봉과 상왕봉 사이 안부 삼거리에 올라선다. 여기서 오른쪽 상왕봉(0.2㎞)을 먼저 갔다 온다. 해인사 갈림길에서 오른쪽 철계단을 타고 바위봉우리인 상왕봉에 올라선다.

상왕봉 정상의 마르지 않는 샘 우비정.


정상석과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는 우비정이 있다. 장마가 잠시 소강한 틈에 오른 상왕봉은 운해가 뒤덮어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정상에서 사진도 못 찍고 가야 하나 싶어 아쉬운 마음에 잠시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렸다. 가야산 산신께서 취재팀의 염원을 들었는지 바람이 불면서 남쪽으로 구름이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났다. 발아래 해인사를 두른 주위 산이 순식간에 열리며 운무가 걷히기를 기다리던 서너 명 산꾼이 ‘아~’ 하는 탄성을 질렀다. 취재팀에도 그만큼 반가운 광경이었다.

왼쪽 칠불봉에서 시계방향으로 서장대와 만물상 능선, 두무산, 오두산, 매화산, 남산제일봉, 우두산, 작은 가야산, 금귀봉, 보해산 등이 펼쳐지며, 멀리 백두대간 능선이 흐릿하지만 확인되었다. 이제 칠불봉으로 가야 할 차례다. 앞서 거친 칠불봉과 상왕봉 삼거리로 되돌아간다. 직진해 100여 m 계단을 올라 덱 전망대에 서면 상왕봉과 똑같은 조망이 펼쳐진다. 오른쪽 덱 계단은 성주군 수륜면 백운동탐방지원센터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이 길로 하산한다면 백운동에서 법전리 공영주차장은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칠불봉 정상에서 조망을 즐기고, 하산은 칠불능선 삼거리로 되돌아갔다. 오른쪽 법전리(4.7㎞)로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간다. 장마로 산길이 미끄러워 조심하며 거친 길을 통과했다. 1시간10분이면 칠불능선 출입문을 빠져나간다. 이어 20분이면 법전탐방지원센터 앞에 도착한다. 오른쪽 마수폭포는 10분이면 다녀온다. ㄷ 자로 두른 바위 사이로 1.5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최근 잦은 비로 더욱 거세었다. 탐방센터에서 5분이면 공영주차장에 도착한다.

# 교통편

- 버스시간 맞추기 힘들어
- 가야산 법전탐방센터 앞
- 공영주차장까지 자차 권장

여러 번 환승해야 해 대중교통은 버스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승용차로 가는 게 낫다.

승용차 이용 때는 경북 성주군 가천면 법전리 1108-2 ‘가야산국립공원 법전리공영주차장’을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설정한 뒤 공영주차장에 차를 둔다. 주차비 무료. 관광버스는 법전2리 마을 입구 주차장에 둔다.

부산역에서 열차로 동대구역에 간 뒤 대구도시철도 1호선을 타고 서부터미널역에서 내린다.

대구 서부터미널에서 창천 수륜 고령을 거쳐 성주로 가는 경일교통(054-933-9926) 버스는 오전 7시55분 9시35분 등 7회 출발한다. 창천(가천)정류장에 내린다. 창천에서 마수 용사 가는 농어촌버스는 오전 6시40분 10시50분 등에 출발하며 법전2리정류장에서 내린다. 창천정류장에서 시간이 맞지 않으면 법전리 가야산 법전탐방지원센터까지는 가천개인택시(054-931-2800·택시비 1만5000원 선)를 이용한다.

산행 뒤 법전2리 정류장에서 창천으로 나가는 버스는 오후 2시30분 6시(막차)께 지나간다. 순환 버스로 미리 기다렸다 타야 하며 양방향으로 버스가 오면 무조건 세워 버스 기사께 창천으로 가는지 물어본다. 창천정류장에서 대구 서부터미널로 가는 버스는 오후 2시 4시30분께에 지나 간다. 미리 기다렸다 탄다.

성주군 백운동탐방지원센터로 하산한다면 수륜개인택시(054-932-3036·택시비 2만5000원 선)로 법전리 공영주차장으로 이동한다.

문의=문화라이프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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