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이 탈래요” 10대 아찔한 자전거 질주에 ‘철렁’

정지윤 기자 2024. 7. 17. 20: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부산 동래구에 사는 A(30대) 씨는 지난 16일 밤 골목에서 나오는 흰색 자전거와 크게 부딪힐 뻔했다.

A 씨는 "학생도 많이 놀란 눈치라 서로 '괜찮다'하고 헤어졌는데 충돌했으면 최소 골절상일 만큼 아찔했다. 브레이크 잡는 소리도 안 나고 손잡이가 매끈한 게 이상해 검색해봤더니 SNS상에서 유행하는 픽시(고정기어) 자전거였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선수용 고정기어 ‘픽시 자전거’

- SNS 화려한 라이딩 영상 속출
- 멋내기용으로 학생들 사이 인기
- 급제동 어려운 탓 충돌 위험성
- 잇단 사고로 학부모·시민 불안

부산 동래구에 사는 A(30대) 씨는 지난 16일 밤 골목에서 나오는 흰색 자전거와 크게 부딪힐 뻔했다. 중학생처럼 보이는 앳된 운전자가 순간적으로 핸들을 틀어 충돌은 면했지만 온몸이 얼어붙어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A 씨는 “학생도 많이 놀란 눈치라 서로 ‘괜찮다’하고 헤어졌는데 충돌했으면 최소 골절상일 만큼 아찔했다. 브레이크 잡는 소리도 안 나고 손잡이가 매끈한 게 이상해 검색해봤더니 SNS상에서 유행하는 픽시(고정기어) 자전거였다”고 말했다.

최근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고정기어) 자전거가 유행하면서 학부모와 보행자의 불안이 크다. 사진은 17일 부산시내 도로에서 자동차 사이로 한 청소년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B(50대) 씨는 최근 자녀가 수십만 원에 달하는 픽시 자전거를 사달라고 조르는 통에 고심이 깊다. 가격도 부담이지만 최근 SNS에서 버스에서 내린 승객이 픽시 자전거와 충돌하는 영상을 본 뒤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영상 속 중년 남성은 강한 충격 탓에 쓰러진 뒤에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B 씨는 “일반 자전거를 타는 것만으로도 위험한데, 픽시 자전거는 브레이크도 없다고 하길래 절대 사줄 수 없다고 며칠을 아이와 대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최근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픽시 자전거가 유행하면서 청소년 자녀를 둔 학부모는 물론 보행자들의 불안이 커진다. 학교와 학원가 주변에는 픽시 자전거를 탄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정도다. 픽시 자전거는 고정기어(fixed-gear) 자전거를 말하며 영어 약칭인 ‘픽시(fixie)’를 따 이름 붙었다. 본래는 자전거 경기장에서 타는 선수용 자전거를 지칭했다. 이 자전거는 페달과 바퀴, 기어가 고정된 형태로 페달을 밟으면 가고 멈추면 바퀴도 굴러가지 않는다. 장애물이 제거된 전용 트랙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다 브레이크를 잡으면 오히려 위험하기 때문에 고안된 자전거다. 선수는 시속 70~80㎞, 일반인도 60㎞까지 달릴 수 있다고 전해진다.

픽시 자전거가 유행하는 건 특유의 제동방식인 ‘스키딩’(skidding) 때문이다. 스키딩이란 자전거 페달을 멈추고 핸들을 틀어 마치 스키를 타듯 뒷바퀴를 미끄러뜨려 멈추는 방식이다. 자전거 운전자의 기술로만 멈춰야 하는 고난도 방식이지만, SNS상에서 관련 숏폼 콘텐츠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면서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이 됐다. 스키딩 모습을 찍어 역동적인 음악과 함께 올렸지만 다치지 않는 것이 신기할 만큼의 위험천만한 장면이 태반이다.

도로교통법상 바퀴에 브레이크를 달지 않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것은 불법이다. 범칙금 1만 원 부과 대상이면서 교통사고가 나도 보험 적용을 못 받는다. 위법 사항이지만 자동차와 달리 무인단속시설이나 행정력을 투입한 현장 점검이 쉽지 않아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다. 부산자전거연맹 정기조 전무이사는 “선수들은 전용 경기장에서 타지만, 일반인이 차와 보행자가 다니는 거리에서 픽시 자전거를 타는 건 눈 감고 오토바이 타는 것과 똑같다. 최근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유행인데 한 명씩 붙잡고 ‘브레이크 달아라’고 말해줄 수도 없어 골치”라며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안전교육이나 캠페인 등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