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전화 연결도 힘든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2명 중 1명은 도움 못 받은 셈
市 “상담사, 응급출동 겸해” 해명
12명 근무… 365일 24시간 가동
인력 부족 속 부실 대응 이어져
센터 내 수당체불·괴롭힘 의혹도
최근 5년간 서울시가 운영하는 자살 예방 상담전화의 응답률이 40∼50%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이 필요한 상황에서 시민 2명 중 1명꼴로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의 정신 건강을 돌보는 문제가 중요한 국정과제”라며 심리상담 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시가 운영하는 자살예방센터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아울러 상담 인력에 대한 수당 체불과 괴롭힘 의혹까지 제기되며 시의 자살예방센터가 병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시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4월까지 센터에 전화를 시도해 실제 상담을 받은 비율은 평균 43.2%에 그쳤다. 연도별로 보면 응답률은 2021년 51.4%, 2022년 42.4%, 지난해 41.6%로 떨어졌다. 센터가 코로나19 심리지원과 이태원 참사 관련 재난심리지원상담 업무를 수행함에 따라 상담 접수는 2021년 5만6648건에서 2022년 8만823건, 지난해 8만2573건으로 증가했지만 상담사 수는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4월 기준 응답률은 약간 반등했지만 여전히 50%에 머물렀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센터 상담 인력에 대한 수당 체불과 괴롭힘 문제 등으로 내부에서 잡음이 터져 나오며 조직 운영상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센터가 상담원의 야간 수당 일부를 수개월간 지급하지 않았고, 상담원들에 대한 상부의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는 내용의 국민신문고 민원이 지난달 말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돼 시 자체 노무 컨설팅과 노동청 지도점검이 실시됐다. 갑질·괴롭힘 관련해서는 사실관계 조사가 진행 중이며, 일부 수당 미지급은 사실로 확인돼 정확한 금액을 산정해 지급하도록 한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2023년 5월부터 센터 야간 상담 근무체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법령 해석상 착오로 야간근로수당 일부가 미지급된 것으로 파악한다”면서 “(의도적) 체불이 아닌 착오 지급이며, 노동청 조사 결과 통보를 받은 즉시 후속 조치를 이행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의 자살률은 인구 10명당 21.4명(2022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0.6명)보다 2배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입으로는 높은 자살률을 사회문제로 지목하면서도, 실제 자살예방센터 종사자와 같은 인력에 대해 적절한 처우를 제공하지 않는 건 기만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조한진 대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자살예방센터는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전화하는 곳이라 상담원들은 말 한번 잘못하면 큰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낮이고 밤이고 머리가 곤두설 지경의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인력들에 대한 적절한 대우가 있지 않고서 전문성 제고와 양질의 서비스 제공은 난망하다”고 지적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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