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석유·LNG·수소 아우르는 SK이노…글로벌 에너지공룡 '우뚝'
자회사 SK온 살리기 시동
주주총회서 최종 확정되면
11월1일 합병법인 공식 출범
'한지붕 두가족' CIC 방식
안정적 성장에 방점 찍어
SK이노 배터리·ESS사업과
E&S 재생에너지 시너지 기대
SK그룹의 명운이 달린 에너지 계열사 리밸런싱(구조조정)이 자산 100조원 규모의 초대형 에너지기업의 탄생으로 본궤도에 오른다.
17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각자 이사회를 열어 양사 간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두 회사는 '한 지붕 두 가족' 형태인 사내독립기업(CIC) 방식의 합병으로 '안정 속 성장'에 방점을 찍는다. 이에 따라 SK E&S는 향후 독립적 형태의 CIC 경영을 통해 기존 액화천연가스(LNG) 밸류체인의 경쟁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역량과 연계해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SK그룹의 에너지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과 '알짜' 캐시카우인 SK E&S의 합병은 SK그룹에는 에너지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강화하는 동시에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에는 자금난을 해소하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합병 에너지기업은 석유, LNG 등 현재 주력 에너지 사업과 더불어 수소, 재생에너지 등 미래 에너지 사업과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기화 사업까지 아우르는 에너지 사업 밸류체인을 구축한다. 사실상 에너지 사업 관련 전 영역에서 포트폴리오 경쟁력을 갖추는 셈이다. 양사 합병으로 탄생할 자산 100조원, 매출 90조원의 에너지사는 국내를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으로 등극한다.
합병회사는 자산 100조원, 매출 90조원 수준의 외형을 갖추는 것은 물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합병 전보다 1조9000억원 늘어난 5조8000억원 수준으로 커져 재무·손익 구조도 탄탄해진다. 특히 합병회사는 확실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석유화학 사업의 높은 수익 변동성을 LNG·발전·도시가스 사업의 안정적 수익 창출력으로 완화할 수 있다. 과거 10년의 세전이익 변동폭을 분석한 결과, 합병회사의 세전이익 변동폭은 215%에서 66% 수준으로 대폭 축소된다. 양사는 2030년 기준으로 통합 시너지 효과만 EBITDA 2조100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SK E&S 일부 자회사가 분사될 것이란 관측과 달리 양사 간 수평 합병을 택한 것은 SK그룹의 '따로 또 같이' 문화를 최적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석유화학, SK E&S는 천연가스 등 분야에서 독자적인 사업 영역을 구축해 온 만큼 합병 후에도 독립 경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번 합병은 SK그룹 차원의 에너지 사업 리밸런싱과 함께 SK온의 재무구조 개선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 살리기에 대해 전사적인 지원책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의 재무 구조가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연간 수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이 SK온과 합병하며 직접 수혈도 가능해졌다.
SK온은 그간 시설 투자에만 20조원 넘는 돈을 투자하며 10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 3315억원을 기록하며 SK이노베이션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메가 빅딜의 최종 목적도 'SK온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이날 SK온과 합병한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은 SK이노베이션 자회사 중 알짜 회사로 알려졌다.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기업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매출 48조9630억원, 영업이익 574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8000억원의 배당을 담당한 핵심 배당기업이기도 하다.
탱크터미널 사업을 벌이는 SK엔텀도 올해 1분기 매출 644억원을 기록한 기업으로 시황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가져올 기업으로 분류된다. 즉 당분간 적자 구조 해소가 쉽지 않은 SK온 입장에서는 두 회사와의 합병으로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또한 여전히 연구개발과 추가 투자가 불가피한 전기차 배터리 산업 특성상 전기차 시장 회복 시 시장 지배력을 발휘할 체력을 비축할 여력을 얻은 셈이다.
반대로 SK온이 이러한 지원 전략에도 반등하지 못할 경우 SK그룹에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다시 큰 위기가 올 것으로 예상돼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관련법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경쟁사와 달리 각형·원통형 등 타 배터리 제품군 개발이 더딘 점도 우려스럽다.
파우치형 배터리 판매가 주로 이뤄지는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추가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신속히 이뤄지지 못할 경우 시장 선도 기업이 아닌 후발 주자로서의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추동훈 기자 / 정상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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