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사건’ 후 달라진 선생님들… 교권침해 신고 크게 늘었다
교권침해 심의 교보위 2023년 5050건
1년 새 66%↑… 2024년도 벌써 1364회
침해 유형 ‘모욕·명예훼손’ 최다
교사 아동학대 불기소 10%P 늘어
학부모 사과 등 조치 비율도 증가
정부 교권보호책 현장 체감 ‘미미’
조희연 “교권 3법 추가 제·개정을”
지난해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후 교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교권침해 사안을 심의하는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개최도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 사이에서 교권침해를 ‘참고 넘기는’ 사례가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잊지 않겠습니다’… 추모 메시지 남기는 시민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나무에 달고 있다. 최상수 기자 |
지난해부터 교보위가 급증한 것은 교권침해 사건 자체가 늘었다기보다는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 사이에서 교권침해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7월 서이초에서 2년 차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된 뒤 그가 평소 과중한 업무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 등에 괴로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권침해가 사회적인 논란이 됐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예전엔 학생이나 학부모 때문에 괴로워도 ‘참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서이초 사건 후 교권침해 사건을 좀 더 심각하게 보는 분위기가 됐다”며 “교사 사이에서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전했다.
올해 교육활동 침해 유형은 ‘모욕·명예훼손’이 27.3%로 가장 많았고 ‘교육활동 방해’(26.2%), ‘상해·폭행’(14.9%)이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성적 굴욕감·혐오감’ 7.5%, ‘성폭력범죄’ 3.5% 등 성 관련 사안도 11%가량 됐다. 교권침해 주체 중 ‘보호자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10.7%(146건)로 관련 통계가 있는 2019학년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9월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에 교육감이 의견을 낼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된 후 아동학대 불기소 비율이 59.2%에서 69.8%로 10.6%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부는 향후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 건수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교사 사이에선 현장 변화를 체감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실과 교사노조연맹 등 교육 관련 단체들은 이날 서이초 교사 1주기(18일)를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민원 부담 경감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 와닿지 않는다”며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추가 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이날 “교권 대책에 대한 현장 체감도가 높지 않다”며 “정서 위기학생 지원, 정서적 아동학대 요건 구체화, 학교 안전사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아 교권 보호 3법을 추가로 제·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국회, 관계 부처와 협력한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활동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추가적인 법 개정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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