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동네북 된 중앙은행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은 낮은 이자율과 낮은 세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1월 대선 전에 기준금리를 내려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또 “파월 의장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면 임기를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좌충우돌하는 트럼프다운 발언’이라고 넘기기엔 중앙은행에 대한 압박 수위가 선을 넘었다.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경기가 과열되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통화량을 흡수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방지한다. 경기부양 의지가 강한 정부와는 기본 입장이 갈리는 만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생명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중앙은행이 소극적 물가안정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통화정책 플러스알파’를 위해 정부와의 협력 여지도 늘어났다. 통화정책의 독립성 유지가 갈수록 어려워짐에 따라 스텝이 꼬이기도 한다. 파월 의장은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임 통보를 기대하며 금리 인상에 머뭇거리다 뒤늦게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까지 밟았다.
윤석열 정부도 금리 인하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한덕수 총리 등이 잇따라 “금리 인하”를 언급하고 있다. “금리를 낮추기 위해 당이 논의를 주도하겠다”(원희룡 당대표 후보)는 발언까지 등장했다. 한국은행의 금리결정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3.5%로 미국보다 2%포인트 낮다.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경우 이자율이 높은 미국으로 자금이 더 많이 흘러가고, 원·달러 환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를 자극한다. 더구나 집값이 꿈틀거리고 있는데 섣부른 금리 인하는 부동산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중앙은행이 ‘동네북 신세’라지만 뒷감당은 생각하고 두드려야 하지 않겠나
박재현 논설위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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