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법 시행 `D-1`… 거래소, 보험가입 여부 결정 못했다

[연합뉴스 제공]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이 하루 남았지만, 국내 4대 원화거래소 모두 위탁자산 보호를 위한 보험가입 여부를 확정짓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법 시행 하루 전까지도 내 자산이 얼마나, 어떻게 보호되는지 알 수 없게 됐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나무,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원화거래소 4곳은 이날까지 이용자 보호를 위한 보험 가입과 준비금 적립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오는 19일 가상자산법 시행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가 위탁한 가상자산의 80% 이상을 콜드월렛(인터넷과 분리된 가상자산 지갑)에 보관하고, 핫월렛에 남은 가상자산 가치의 5% 이상에 해당하는 준비금을 적립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공제나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거래소 해킹 등으로 이용자가 받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원활한 보상을 위한 조치다. 하지만 가상자산법 시행까지 하루가 남은 시점까지도 이를 확정하지 못하면서 금융당국과 거래소의 '늑장 대처'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당연히 법 시행 전까지 방법을 확정지을 것"이라며 "다만 콜드월렛 보관 비율이나 준비금 적립 규모 등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 상품이 법 시행을 앞두고 촉박하게 출시돼 이를 충분히 검증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거래소는 법으로 정한 비율만 넘기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확한 수치는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용자는 향후 피해가 발생할 경우 어느정도의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워졌다.

상대적으로 준비금 적립에 여유가 있는 원화거래소와 달리 규모가 작은 코인마켓 사업자들의 고심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인마켓 거래소 비블록이 가장 먼저 판매를 개시한 삼성화재 가상자산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며 스타트를 끊었지만, 이후 추가적인 코인마켓 거래소 가입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앞서 삼성화재는 지난 12일부터 가상자산 배상책임보험 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KB손해보험이 전산 청약 등으로 상품 판매를 시작했고, 19일부터 보험 설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외 DB손해보험, 현대해상을 비롯한 손해보험사 9곳도 가상보호법 시행일에 맞춰 판매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업계와 함께 상품을 준비한 금융당국이 애초에 보험 출시 기한을 법 시행일로 제시하며 상품 출시가 늦어졌다"며 "가상자산사업자들도 상품을 제대로 살핀 뒤 보험료 등의 적정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확정짓지 못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남석·임성원기자 kn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