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제조=국가 기간산업’… 일본이 잠수함을 대하는 태도 [K-잠수함 이야기]
편집자주
은밀하지만 K방산의 핵심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잠수함.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해외가 주목하는 K-잠수함의 뛰어난 성능과 완벽한 해양안보를 위한 민관의 분투와 노력을 소개한다.
일본, 매년 잠수함 계획적 발주
유럽은 역내 ‘방산 블록화’ 추구
우리도 ‘방산=근간 산업’ 삼아야
일본 잠수함의 강점은 플랫폼의 품질이나 기술보다 일본 정부의 인식에 있다. 잠수함을 단순히 해군 전력 중 하나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중요한 기간산업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2004년부터 매년 잠수함을 1척씩 '계획적'으로 발주한다. 그런데 계약 방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쓰비시 중공업(Mitsubishi)과 가와사키 중공업(Kawasaki), 2개 업체와 교호(交互)로 '수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이런 정책은 업체에 2가지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바로 △저금리 정책 자금 지원과 △공급망(Supply Chain) 구축이다.
일본은 2014년 방위산업 수출 지원을 위해 ‘방위 장비 이전 3원칙(3 Principles on Transfer of Defense Equipment and Technology)'이란 커다란 제도적 변화를 꾀했다. 3원칙이란 △수출을 '금지'하는 조건 △수출을 '허용'하는 조건 △수출 허용 시 '투명성'을 확보하는 조건을 의미한다. 전범국 일본이 방위 장비 수출에 대한 명분과 계기를 스스로 마련한 것이다.
이를 위해 마련된 제도 중 '저금리 정책 자금 지원'이 있다. 일본 방위산업 업체들은 수출할 때 일본 정부로부터 거의 제로 금리에 가까운 자금을 지원받는 것이다. 일본 방위성은 2023년 기준 방위 장비 수출 촉진을 위해 약 400억 엔을 배정했다. 이뿐만 아니라 2027년까지 해당 금액을 43조 엔까지 늘리는 계획도 갖고 있다. 우리 정부가 폴란드에 지난해에만 1조5,000억 원 이상의 수출을 하는 등 ‘방산 수출 잭팟’을 터트리는 과정에서 정책 금융 확보에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었는가. 그만큼 이 제도가 일본 방산업계에 얼마나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은 또 안정적이고 유능한 자국 잠수함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다. 정부-제조업체-지원업체가 ‘잠수함’이란 이름하에 하나의 팀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미쓰비시·가와사키 중공업은 이 공급망을 함께 공유하며, 그 기술과 인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 밖에 업체는 언제 입찰 기회가 생기고, 언제 계약이 진행될지 중장기적인 예측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투자 계획과 하청 업체 관리 등 다양하고 세세한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이런 계획적인 정책은 산업의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고, 산업 안정성은 아무리 작은 규모의 기업이라도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준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일본이 괜히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강국’으로 불리는 게 아니다. 아무리 우수한 기술력이 있어도, 이를 활용할 산업군의 미래가 불투명하면 작은 규모의 기업은 명맥을 이어 나가기 어렵다.
특히 정부의 정책 금융 지원은 일본뿐만 아니라 방산 수출업계의 오랜 주류인 유럽에서도 확인된다. EU는 '유럽방위산업전략(EDIS)'을 통해 역내 무기 자급자족률을 오는 2035년까지 기존 20%에서 최대 6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유럽 국가 간 방산업계 블록화가 이뤄지고, 자연스럽게 다른 지역 국가의 진출은 어려워진다. 또 유럽방산프로그램(EDIP)에 따라, 2025~2027년 EU 방위산업 예산에 15억 유로를 동원한다. 이 예산이 유럽 국가 간 방위 산업 수출입에 투입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며 각기 다른 사회적 역할과 그 책임에 대해 강조했다. 'K방산'이라 불리는 방위 산업 역시 한때의 산업적 호기(好期)가 아닌 국가를 지탱하는 중요한 근간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관에서 각자의 책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잠수함이라는 매우 특징적인 산업 분야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김대규 HD현중 특수선사업부 책임매니저·해사 6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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