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논란이 말하지 않는 것, 비업무용 부동산 [왜냐면]

한겨레 2024. 7. 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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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30일 상공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전경. 연합뉴스

김수현 | 세종대 교수·전 청와대 정책실장

‘비업무용 부동산’, 이 말을 기억하면 필시 상당히 연배가 있는 분들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무렵, 대기업들이 전국에 엄청난 양의 부동산을 사놓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5대 재벌이 보유한 토지의 약 20%가 비업무용이었고, 그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12배에 이를 정도의 막대한 양이었다. 기업이 생산활동보다 토지 투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는 사실에 국민은 분노했고, 이것이 핵심 계기가 되어 노태우 정부의 이른바 토지공개념 관련 법들이 만들어졌다.

이때 과다 토지를 빨리 생산적인 용도로 활용하거나 아니면 매각하라고 보유자들을 압박하기 위해 만든 세금이 종합토지세다. 전국에 소유한 토지를 모두 합산해서 고율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었다. 당시는 아파트도 건물분과 토지분 재산세가 나뉘어 있었기 때문에, 비싼 주택을 전국에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종합토지세를 피할 수 없었다. 다른 토지공개념 관련 법들이 대부분 폐지된 것과 달리 종합토지세는 별 논란 없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이 세금이 공한지 등에 대한 중과를 결정한 1974년의 대통령긴급조치와 이후의 토지과다보유세를계승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종합토지세는 두 가지 큰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서울과 지방에 동시에 토지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세금을 많이 내게 되더라도, 그 몫이 서울에 더 돌아갔던 것이 첫 번째다. 누진세로 더 걷은 세금을 지방세라는 이유로 소재지끼리 나누다보니, 더 비싼 부동산이 위치한 부자 지자체가 더 많은 혜택을 누린 것이다. 형평성 문제를 넘어 위헌적인 성격까지 가지고 있었다. 또 한 가지는 아파트의 경우 일반적으로 토지와 건물값을 따로 생각하기 어려운데, 종합토지세는 이를 구분하고 있었다. 세제 원리로는 맞을지 몰라도 국민에게는 혼란스러웠다.

종합부동산세는 바로 이런 종합토지세의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2005년 도입되었다. 즉, 주택분과 토지분으로 종부세를 나누고, 전체를 국세로 해서 지역 간 형평성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부동산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높여간다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뒤의 과정은 익히 잘 아는 바다. 부동산값이 폭등해서 불로소득에 대한 논란이 생기면, 기왕 만들어진 종부세 구조를 바탕으로 고가, 과다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를 대폭 높였다. 징벌적 과세 얘기가 나온 것은 물론이고 집 한 채 소유자까지 투기꾼으로 보냐는 비난이 들끓었다. 그러다 집값이 내리면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종부세 부담을 대폭 낮추는 것은 물론이고 폐지론까지 등장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그대로다.

국민이정말 원한다면 종부세를 폐지할 수도 있다. 다만, 이때 법인 소유의 대규모 부동산을 어떻게 할 것인가? 2023년에 납부한 종부세 중에서 주택분은 9000억원으로 전체 4조2000억원의 21%에 그친다. 나머지는 모두 토지분이다. 과다 보유한 비업무용 부동산이나 개발하지 않고 방치해 둔 토지 등이 대부분이다. 종부세 납부자의 상위 1%가 전체 세금의 약 70%를 부담하게 된 이유다. 종부세의 76%를 법인이 부담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종부세 폐지 논의에 가장 기뻐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들일 것이다.

그런 만큼 종부세 폐지론을 주장하고 검토하기에 앞서, 다음 네 가지는 꼭 짚어봐야 한다. 첫째, 종부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법인 소유의 이른바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해서까지 종부세를 폐지하자는 것인가? 박정희 정부 때 그 역사가 시작되어 세금 이름은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이미 40년에 가깝게 계속되고 있는 제도다. 둘째, 종부세가 해오던 지역 간 격차 해소 역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종부세를 재원으로 한 부동산 교부세는 상당수 가난한 지자체들에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 4조원 넘는 돈을 어디서 만들어 낼 것인가? 셋째, 종부세가 해 오던 다주택 억제 역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임대사업자 제도를 활성화하려 했더니 투기를 조장한다고 비난하는 바람에 그마저 무력화되어 있지 않은가? 넷째, 초고가 주택의 세금이 무척 내려갈텐데, 그래도 국민들이 동의할 것인가? 각 지자체별, 물건별로 세금을 부과하는 재산세로는 이 네 가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여야 모두에게 종부세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부동산 경기에 따라 강온으로 널뛰면서 국민의 신뢰도 떨어졌다.그러나 종부세의 역사적 본체가 비업무용 부동산 억제에 있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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