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내년 도입인데, AI디지털교과서 없는 교사 연수라니 [왜냐면]

한겨레 2024. 7. 1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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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6월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김병찬 |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

교육부는 2025년부터 수학·영어·정보·특수(국어) 교과에 대해 초 3~4학년, 중·고 1학년에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전면 도입할 예정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부터 해당 교과 수업에서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를 전면 사용하게 되었다.다른 교과에 대해서도 2028년까지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할 예정이다. 교육부가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를 추진하는 이유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학생 각자에게 맞는 수준별 교육,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여 교육의 효과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의 전면 도입은 단순히 교육 방법이나 기술의 도입만이 아니라 교사-학생의 관계, 학교 및 교실의 체제와 구조, 공교육의 정체성,교육 패러다임의 변화까지를 포괄하는 대변혁이라는 점에서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교육이 잘 적응을 해야 하지만, 자칫 잘 못 하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교육이 아니라 인공지능에 끌려다니는 교육이 될 수 있으며, 인공지능에 압도되어 교육의 본질을 놓칠 수도 있다. 최근 교육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전면 도입은 매우 우려스럽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첫째,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도입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기존 서책 교과서보다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가 교육적으로 더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아직 불명확하다.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가 효과가 있다는 일부 연구 결과도 있지만,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가 서책 교과서보다 더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들도 많다.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가 서책 교과서보다 교육적 효과가 크다는 연구의 검증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공지능 흐름에 편승하여 인공지능이 마치 만병통치약이나 되는 것처럼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장밋빛 환상이 지금 우리 교육계를 압도하고 있다.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의 역기능이나 문제점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장점만 믿고 밀어붙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둘째, 정책 추진이 매우 졸속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이다. 교육부는 2025년 3개 교과에서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전면 도입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시행 8개월을 앞둔 지금까지도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개발을 완료하지 않은 상황이며, 올 11월에야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당장 내년 도입인데 학교 현장의 교사, 학생들은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를 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개발을 아직 완료하지 않았는데도, 교육부는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여 교원들을 대상으로 관련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없는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연수인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부분 도입도 아니고 전면 도입이라면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를 개발하고, 제대로 된 교원 연수와 최소 1~2년간의 시범사업을 먼저 실시해야 한다. 그 다음 문제점을 보완한 후에 전면 도입하는 것이 정책 실현의 기본이다. 그런데 지금은최소한의 정책 집행을 위한 절차와 과정마저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진행하는 졸속 추진하고 있다.

셋째, 학교 현장 및 현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상태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통해 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학교 현장에서 수준별,맞춤형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구조와 상황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수준별, 맞춤형 교육은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로 수업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지금 교사들도 학생들에 대해 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그동안 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하지 못했는가? 학급당 학생 수, 교육과정 체제, 평가제도, 입시제도 등 그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만 도입한다고 해서 저절로 수준별,맞춤형 교육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도입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현재 공교육의 문제는 산적해 있는데 그것들을 해결하지 않고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로 덮으려는 듯한 인상마저 주는데, 이는 우리 공교육에 더 큰 문제를 가져다줄 수 있다.

인류 문명사의 흐름으로 봤을 때 인공지능 디지털 기기 및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은 막을 수 없다. 다만 이 흐름에 편승하여 휩쓸려 가다가 교육을 더 망치지 말고, 제대로 논의하고 준비하여 교육을 더 살리는 쪽으로 가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연구도 제대로 하고, 시범사업도 제대로 실시하고, 교육 주체들 사이에 충분한 공감대도 형성하고, 보다 철저히 준비하며 가야 한다. 서두르다 재앙을 초래하지 말고, 일단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전면 도입을 유보하고, 단계별로 그리고 제대로 준비하며 가자. 그것이 오히려 더 빠른 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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