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에 ‘다리 붕괴’ 가짜 사진…“왜곡인가 조작인가”
■ 폭우에 거창교가 무너졌다고?
긴 장마. 예측하기 힘든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인명·재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경남 거창군에는지난 9일부터 이틀 동안 170㎜의 비가 쏟아지면서 하천변이 침수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이어졌습니다.
모두가 비 소식에 귀를 기울이던 시기, 거창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SNS 단체채팅방에 충격적인 사진 한 장이 올라왔습니다.
거창 도심을 가로지르는 '위천'을 잇는 길이 120m, 폭 15m의 거창교가 마치 붕괴 직전에 있는 것 같은 사진입니다.
사진 속 거창교는 도로 중간이 뚝 끊겼고, 갈라진 다리 상판 위로 차량 한 대가 위태롭게 건너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은 60대 남성 A 씨가 최초로 SNS 단체대화방에 사진을 올렸고, 이를 본 이들이 사진을 퍼 나르면서 삽시간에 거창 주민 대부분이 사진을 접했습니다. 사진이 무차별적으로 퍼지면서 경찰과 거창군에는 신고가 빗발쳤습니다.
경찰과 군청 직원들이 투입돼 도로를 통제했고, 긴급 안전 점검을 벌였습니다. 결론은 '이상 없음'. 2시간 만에 통제가 해제됐습니다.
■ 경찰, 사진 찍은 60대 남성 '공무집행방해 혐의' 입건
거창군은 가짜 사진으로 행정력이 낭비됐다며, 사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습니다.
거창경찰서는 곧바로 수사에 나섰고, A 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경찰은 고의성이 증명되지 않아 정보통신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고, 반복적인 행위가 아니어서 경범죄 중 불안조성 혐의도 적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는 경찰 수사에서 "휴대전화로 파노라마 사진을 찍던 중 손이 떨려 사진이 왜곡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신이 고의로 조작하거나 합성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왜곡된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SNS 단체대화방에 올렸는데, 이를 본 이들이 자신에게 알리지도 않고 다른 SNS로 퍼 나르면서 의도가 왜곡됐다'는 취지입니다.
경찰도 사진을 찍은 남성의 말에 일부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휴대전화로 찍은 파노라마 사진이 왜곡될 수 있다는 자문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전문가 검증과 국과수 감정, 실제 촬영 장소에서의 사진 실증 등을 종합해 수사 결과를 내놓을 계획입니다.
■ 전문가 "왜곡 현상 가능성 있지만, 조작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사진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립니다.
사진과 영상 조작 판별 분야의 권위자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히는 황민구 법영상분석연구소장(영상학 박사)에게 조작 여부를 물었습니다.
황 소장은 "휴대전화 사진이 왜곡될 수는 있다"면서도 "조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신중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황 소장은 특히 다리의 아치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해당 사진 속 다리의 균열이 생긴 부분에 왜곡 현상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왼쪽 아치가 끊어져 찍힌 게 아니라 절반가량 사라져 있는 것을 볼 때 조작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겁니다.
황 소장은 또, "해당 사진이 휴대전화의 파노라마 기능을 사용한 것으로 확신할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캡처한 사진이 일반 촬영 사진으로 보인다는 이야기입니다. 황 소장은 포토샵이나 스마트폰의 사진 수정 기능만으로도 이와 같은 수정은 쉽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캡처 사진으로는 조작 여부를 따지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사진 원본으로 디지털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한 대학교 사진학과 교수는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휴대전화가 이 정도로 왜곡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왜곡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사진 작가는 "해당 사진이 파노라마 기능으로 찍은 사진이 맞는지 확신은 없지만, 휴대전화 파노라마 기능으로 촬영했다면 왜곡은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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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재 기자 (econom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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