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2개 차로 잠겼다”… ‘물폭탄’ 터진 경기 북부 [뉴스 투데이]
파주 302㎜ 연천 166㎜ 쏟아져
당동 IC·동부 간선道 곳곳 통제
서울 연희동 가스관 파손 등 피해
논산·청주 3명 사망, 옥천 1명 실종
춘천·의암댐 수문 2024년 첫 개방
尹대통령, 호우 대처 만전 지시
“비가 순식간에 집중적으로 내려 죽을 수도 있겠다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경기 파주시민)
17일 오전 의정부시와 파주시에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내리는 등 경기 북부에 물폭탄이 쏟아졌다. 수도권 집중호우로 도로 곳곳이 물에 잠기고 전동차가 한때 운행을 멈추며 출퇴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강풍에 떨어진 축사 처마에 머리를 부딪친 50대 축산농이 숨지고 산사태·침수 위험으로 전국에서 570여명이 긴급대피하는 등 인명·시설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문산읍에서 경기 고양시 일산으로 출근하던 회사원 정인규(52)씨는 “자유로 당동나들목(IC)으로 들어서는데 폭우가 내려 순식간에 2개 차로가 물에 잠겼다”며 갑작스러운 폭우에 목숨의 위협까지 느꼈다고 말했다. 문산읍 또 다른 주민은 “양동이로 물을 퍼붓듯이 비가 쏟아졌다”며 “밖에 나가기가 겁이 날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물에 잠긴 도로 수도권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17일 오전 경기 파주시 광탄면의 한 도로가 물에 잠긴 가운데 소방당국 관계자가 배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제공 |
열차 운행도 멈췄다. 이날 오전 8시 경원선 의정부역∼덕정역 구간, 오전 8시30분부터 망월사역∼의정부역 구간에서 운행이 중단됐다. 전동차 운행은 50분 만인 이날 오전 8시50분쯤 전 구간에서 재개됐다.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5분부터 두 시간가량 ITX-청춘열차와 경춘선 열차가 일부 구간에서 운행을 중단했다.
충남 논산시에서는 이날 오전 6시16분 축사 처마가 무너지면서 축사 주인 A(58)씨가 숨졌다. 경찰은 축사에 나갔던 A씨가 강한 바람에 떨어져 나간 처마 구조물에 머리를 부딪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충북 청주에서는 빗길 교통사고로 2명이 숨졌다. 충북 옥천군 청산면 보청천에선 한 남성이 급류에 휩쓸리며 실종돼 소방당국이 수색 중이다. 서울에선 종로구 창의문에서 북악스카이웨이로 가는 도로에서 토사가 유출되고,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담장이 무너져 도시가스관이 파손되는 등 시설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에 따르면 이번 호우로 대피한 인원은 전남 286명, 경남 186명, 충남 93명, 경기 10명 등 577명이다. 전남 광양에서는 135세대 143명이 산사태 위험으로 대피했고, 충남 부여에서는 30명이 몸을 피했다. 침수 피해차량은 2300대에 육박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판매 손해보험사 12개사에 지난 6일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접수된 침수피해 차량은 2295대, 추정 손해액은 211억1000만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호우 대처를 위해 이날 개최할 예정이었던 제7회 중앙지방협력회의 개최를 연기했다. 윤 대통령은 지역별 호우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며 대처에 집중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집중호우 피해를 본 지역은 수해 복구에 구슬땀을 흘렸다. 8일부터 10일까지 누적 강우량 231㎜의 폭우가 쏟아져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북 영양군 입암면은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인 이 날 시설 복구에 나섰다.
이병훈·박지원·박미영 기자, 파주=송동근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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