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명품 선물 장면까지 공개…미국의 노림수는? [스프]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2024. 7. 1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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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북한 전문가가 미국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일종의 '간첩' 혐의입니다. 기소된 수미 테리(한국명 : 김수미) 박사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한국계 학자입니다.

공소장에는 수미 테리가 여러 차례 국정원 파견 외교관들을 만나는 CCTV 장면 등이 첨부됐는데요, 미국 검찰이 장기간에 걸쳐 수미 테리를 추적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동맹국 정보당국의 활동을 사실상 공개한 셈인데요,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요?
 

수미 테리, '한국 정부 대리 혐의'로 기소돼

이번 사건을 처음 보도한 건 뉴욕타임스(NYT)입니다.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뉴욕 맨해튼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수미 테리(Sue Mi Terry) 연구원은 고가의 저녁 식사와 명품 핸드백, 연구 활동비 등을 받고 그 대가로 한국 정부를 위해 활동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면서 미국 법무부에 관련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을 위반했다는 게 공소장에 적시된 수미 테리의 혐의입니다.


뉴욕 검찰은 테리 연구원이 2013년 6월부터 활동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이때는 테리 연구원이 CIA에서 퇴직한 지 5년 지난 시점입니다.

당시 수미 테리는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참사관이라고 소개한 인물과 처음으로 접촉했고, 이후 워싱턴과 뉴욕에 외교관 신분으로 파견된 고위급 한국 국정원 요원들과 만나 비공개 정보 등을 건네고 한미 정부 관계자들 간 모임도 주선한 것으로 공소장에 나와 있습니다.

그 대가로 수미 테리는 10년 동안 루이비통 핸드백과 3천 달러가량의 돌체앤가바나 코트, 미슐랭 식당 저녁 식사, 3만 7천 달러(우리 돈 약 5천200만 원)를 받았다는 게 뉴욕 검찰의 주장입니다.

공소장에는 국정원 요원들이 명품 가방을 직접 고르고, 선물한 뒤 대사관 번호판이 부착된 차량을 타고 함께 떠나는 사진 등도 첨부됐습니다.

미슐랭 인증 레스토랑을 비롯한 고급 식당에서 국정원 직원들과 식사하는 사진도 있습니다.


사진은 2020년 8월 국정원 파견 공사참사관 전·후임 2명이 인수인계 차원에서 수미 테리와 함께 식사하는 장면이라고 합니다.

첨부된 사진들은 수미 테리가 국정원 간부와 밀착해 한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일한 증거라고 뉴욕 검찰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공소장을 보면 국정원 간부의 신용카드 결제 내역과 매장 CCTV 화면 등을 파악하는 등 뉴욕 검찰이 수미 테리와 국정원 간 관계를 10년간 면밀하게 추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정보당국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점도 이례적입니다.
 

미국 검찰, 국정원 활동 상세히 공개 


뉴욕 검찰이 특히 엄중하게 본 부분은 수미 테리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참석한 대북 전문가 초청 비공개 간담회 내용을 회의가 끝나자마자 국정원 간부에게 흘렸다는 의혹입니다.

지난 2022년 6월 워싱턴 미 국무부 건물에서 1시간가량 열린 이 회의는 블링컨 장관을 비롯한 국무부 고위 간부와 소수의 한반도 전문가만 참석한 비공개 회의였습니다.

수미 테리는 회의가 끝나자마자 외교관 번호판이 붙은 국정원 파견 공사참사관의 차량에 탑승했고, 공사참사관은 수미 테리가 적은 2페이지 분량의 회의 메모를 사진으로 촬영한 것으로 뉴욕 검찰은 파악했습니다.

검찰은 수미 테리가 조사 과정에서 메모를 건넨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히면서 해당 메모 사진을 확보해 공소장에 증거 자료로 첨부했습니다.

미국 검찰이 공소장에 첨부한 수미 테리 메모

미국의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은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이 외국 정부나 외국 기관의 이익을 위해 일할 경우 스스로 그 사실을 미 당국에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공직자는 외국을 위해 일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지만, 일반 시민은 직업의 자유 차원에서 외국 정부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데 제한이 없습니다. 다만, 그런 사실을 미리 신고해야 합니다.

수미 테리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데요, 변호사 리 월로스키(Lee Wolosky)는 성명에서 "검찰의 주장들은 근거가 없으며 수년간 미국에 봉사한 것으로 유명한 학자이자 뉴스 분석가의 일을 왜곡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에 대해 가혹한 비판을 했다", "사실이 밝혀지면 검찰이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 명확해질 것이다"고도 했습니다.
 

수미 테리는 누구?

수미 테리는 1972년에 태어난 한국계 이민자 출신으로 12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합니다.


​​​​​​​뉴욕대에서 정치학으로 학사 학위를, 보스턴 터프츠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조부모가 북한 출신이어서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1년부터 CIA에서 동아시아 분석가로 근무하다 2008년 퇴직했습니다. 2008~2009년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한국·일본 및 오세아니아 과장을 지냈고, 동아시아 국가정보 담당 부차관보까지 역임했습니다.

이후에도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 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국장 등 다양한 기관에서 일하며 북한 전문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고 지난 3월부터 뉴욕에 있는 미국외교협회(CFR)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지난 5월엔 제주도에서 열린 제주포럼에 참석해 기자들과 간담회 자리를 갖기도 했습니다. 또 6월에는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CNN 방송에 논평가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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