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리밸런싱 본격화…자산 100조 '에너지 공룡 기업' 탄생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결의…합병 비율 1대 1.1917417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SK그룹이 에너지 중간 지주사 SK이노베이션과 비상장사 SK E&S의 합병을 결정했다. 자산 100조원이 넘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는 동시에 SK그룹의 사업 리밸런싱(재조정) 작업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합병안은 다음 달 27일 주주총회에서 승인될 예정으로, 합병법인은 오는 11월 1일 공식 출범하게 된다.
양사 합병비율은 1대 1.1917417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각각의 기업가치를 근거로 산출됐다. 합병비율에 따라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이 합병신주를 발행해 SK E&S의 주주인 SK㈜에 4976만9267주를 교부한다. SK이노베이션 신주는 11월 20일 상장될 예정으로, 합병 후 SK이노베이션 최대주주인 SK㈜의 지분율은 36.22%에서 55.9%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초대형 에너지 기업의 탄생이 공식화됐다. 두 기업의 자산 총액을 합치면 약 106조원에 달한다. 매출 규모는 88조원 수준이다. 에너지(석유·LNG 등)와 미래 에너지(재생에너지·수소·SMR 등)는 물론 배터리, ESS 등 전기화 사업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기업이 출범한다.
SK그룹이 회사 합병에 나서는 것은 고강도 리밸런싱(재조정) 작업의 일환이다. 앞서 SK그룹은 경영 환경 변화에 관한 대응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인정, 각 사업을 최적화하는 리밸런싱 작업을 추진해 기업 가치 제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살리는 방안이기도 하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출범 후 줄곧 적자(누적 2조6000억원)를 기록한 SK온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가중돼 이를 해결해야 했다. SK E&S는 지난해 매출 11조1700억원, 영업이익 1조3320억원(영업이익률 11.9%)을 기록했고, 특히 영업이익 면에서 SK이노베이션(매출 77조2885억원, 영업이익 1조9039억원)과 비교해 격차가 크지 않을 정도로 현금 창출 능력이 뛰어난 회사로 꼽힌다.
이날 SK는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에너지·화학 사업의 불확실성 증대, 전기차 시장 캐즘 등 급변하는 외부 경영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에너지 사업 분야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합병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각 사업 영역에서 국내 1위 사업자로 성장한 뒤 다시 결합해 아태 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회사로 위치를 굳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외형적 성장 외 시너지가 기대되는 부분으로는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 △재무·손익 구조 강화 △성장 모멘텀 확보 등을 제시했다.
SK는 "합병회사는 석유·화학, LNG, 도시가스, 전력, 재생에너지, 배터리, ESS, 수소, SMR, 암모니아, 액침냉각 등 에너지원과 에너지 캐리어, 에너지 솔루션 등 모든 영역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돼 지속적인 성장의 기반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EBITDA(상각전 영업이익)는 합병 전보다 1조9000억원 늘어난 5조8000억원 수준으로 커져 재무·손익 구조도 강화하게 된다"며 "특히 합병회사는 확실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석유화학 사업의 높은 수익 변동성을 LNG·발전·도시가스 사업의 안정적 수익 창출력으로 완화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합병회사는 에너지 사업이나 전기화 사업 모두에서 자산과 역량을 통합하게 됨에 따라 본원적 경쟁력과 수익성이 강화된다"며 "예컨대 SK이노베이션의 원유정제,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석유개발사업과 SK E&S의 가스개발, LNG 트레이딩, 복합화력발전의 경우 자원개발 역량이 결합돼 탐사·개발 경제성과 수익성이 높아지고, 선박·터미널 등 인프라 공동 활용으로 운영 최적화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양사 합병은 에너지 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혁신"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병을 통해 현재부터 미래까지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을 선도하는 토탈 에너지 & 솔루션 컴퍼니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이번 합병으로 양사 모두 기존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래 에너지 핵심 사업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SK E&S는 합병을 통한 시너지를 바탕으로 기존 4대 핵심 사업 중심의 그린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 미래 에너지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등 3사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3사간 합병을 의결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국내 유일의 원유·석유제품 전문트레이딩 회사이며, SK엔텀은 국내 최대 사업용 탱크 터미널로서 유류화물의 저장과 입출하 관리가 주 사업 분야다.
SK는 "3사간 합병으로 SK온은 원소재 확보 경쟁력 및 사업 지속가능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무엇보다 트레이딩 사업과 탱크 터미널 사업에서 나오는 5000억원 규모의 추가 EBITDA를 기반으로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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