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06조 에너지 공룡' 11월 출범한다…SK이노-E&S 합병 결의(종합)
통합 시너지 효과 2.1조 기대…SK온,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엔텀과 합병 의결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이르면 오는 11월 자산 106조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기업이 탄생한다.
SK그룹의 에너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안이 이사회를 통과하면서 SK그룹이 추진하는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양사는 오는 2030년 기준 양사의 통합 시너지 효과가 2조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달 27일 임시 주총…11월 1일 합병 법인 출범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안을 의결했다.
이번 합병의 관건으로 꼽혔던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은 1대 1.1917417로 정해졌다.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은 기준시가를, 비상장사인 SK E&S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 평균한 값을 합병가액으로 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양사의 합병 비율 적정성을 비롯해 합병 필요성, 합병 후 시너지 효과 등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결의에 따라 양사는 다음 달 27일 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여는 등 후속 절차에 돌입한다. 합병은 주주총회 특별 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과 발행 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통과된다.
양사의 최대주주인 SK㈜도 오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안을 보고받을 예정이다.
주총에서 승인되면 합병 비율에 따라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이 합병 신주를 발행해 SK E&S 주주인 SK㈜에 4천976만9천267주를 교부한다. SK이노베이션 신주는 11월 20일 상장될 예정으로, 합병 후 SK이노베이션 최대주주인 SK㈜의 지분율은 36.22%에서 55.9%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 기일은 11월 1일이다.
양사가 합병하면 연 매출 규모가 90조원에 육박하고, 자산 규모가 106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양사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합병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그동안 사업 리밸런싱의 일환으로 에너지 중간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과 '알짜' 비상장사인 SK E&S의 합병을 추진해 왔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에너지·화학 사업의 불확실성 증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등 급변하는 외부 경영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에너지 사업 분야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다.
SK이노베이션은 1962년 국내 최초 정유회사로 출발해 석유화학, 윤활유, 석유개발사업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왔으며, 전기차 배터리, 소형모듈형원자로(SMR), 암모니아, 액침냉각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국내 최대 에너지 회사다.
1999년 SK이노베이션에서 분할된 SK E&S는 도시가스 지주회사로 출범한 이래 액화천연가스(LNG) 밸류체인을 완성하며 국내 1위 민간 LNG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SK 측은 "양사가 각자의 사업 영역에서 국내 1위 사업자로 성장한 뒤 다시 결합해 아태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회사로 위치를 굳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2030년 기준 통합 시너지 효과 2.1조 예상
양사는 합병을 통해 외형적 성장 외에도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 재무·손익구조 강화, 성장 모멘텀 확보 등에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우선 합병 회사는 석유화학, LNG, 도시가스, 전력, 재생에너지,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소, SMR, 암모니아, 액침냉각 등 에너지원, 에너지 캐리어, 에너지 설루션 등 모든 영역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다.
이는 글로벌 석유 메이저 회사들이 최근 다양한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며 에너지 사업 전반의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추세와 무관치 않다.
합병회사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합병 전보다 1조9천억원 늘어난 5조8천억원 수준으로 커져 재무·손익 구조를 강화하게 된다. 석유화학 사업의 높은 변동성을 LNG·발전·도시가스 사업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력으로 완화할 수 있다.
SK 측은 지난 10년간 세전이익 변동 폭을 분석한 결과, 합병회사의 세전이익 변동 폭은 215%에서 66% 수준으로 대폭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자산과 역량을 통합, 본원적 경쟁력과 수익성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SK이노베이션의 원유 정제,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석유개발사업과 SK E&S의 가스개발, LNG 트레이딩, 복합화력발전의 경우 자원개발 역량이 결합돼 탐사·개발 경제성과 수익성이 높아지고, 선박·터미널 등 인프라를 공동 활용해 운영 최적화도 가능해진다.
그간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에너지 사업으로 전기차 배터리, ESS, 열관리 시스템 등을 추진해왔고, SK E&S는 재생에너지, 분산전원, 수소, 충전 인프라, 에너지 설루션 등에 역량을 집중한 만큼 합병회사는 양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신규 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
양사는 오는 2030년 기준으로 통합 시너지 효과만 EBITDA 2조1천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으며, 전체 EBITDA는 20조원 달성이 목표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양사 합병은 에너지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혁신"이라며 "이번 합병을 통해 대한민국 에너지산업을 선도하는 '토털 에너지·설루션 컴퍼니'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이번 합병으로 양사 모두 기존 사업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래 에너지 핵심 사업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SK E&S는 합병을 통한 시너지를 바탕으로 기존 4대 핵심사업 중심의 그린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 미래 에너지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녈, SK엔텀 등 3사도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3사간 합병을 의결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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