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누수 갈등'…낡은집 매매땐 특약을

이선희 기자(story567@mk.co.kr) 2024. 7. 1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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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 물 얼룩이 점점 번지는데 윗집은 '우리 집은 괜찮다'며 좀 더 기다려 보라고만 합니다. 비 오면 더 심해지는데 천장에서 물이 쏟아질까 봐 무서워요."

집합건물 소송을 담당하는 부종식 라움 변호사는 "누수가 발생하면 피해 가구는 누수가 잡힐 때까지 불편하고, 책임 소재가 있는 곳은 비용 때문에 책임을 회피하게 된다. 그러다 피해를 키워 악순환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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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거건물 절반 238만동
30년 넘어 낡은 배관 '지뢰밭'
층간소음 못지않은 사회문제
'매도인 하자 책임' 특약 활용
장마철 노후 주택들은 '누수' 위험에 노출된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빌라 전경. 매경DB

"천장에 물 얼룩이 점점 번지는데 윗집은 '우리 집은 괜찮다'며 좀 더 기다려 보라고만 합니다. 비 오면 더 심해지는데 천장에서 물이 쏟아질까 봐 무서워요."

경기도 수원시의 준공 30년이 넘은 낡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씨는 "윗집은 계속 전화를 안 받고, 당장 이사 갈 수도 없고 정말 답답하다"며 "장마철이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여름 장마철이 본격화하면서 주택 '누수'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체 주택의 절반 이상이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주택이다 보니 배관 노후화, 옥상이나 외벽 틈으로 인해 누수 사고가 잦다. 장마철에는 더 심해져 누수로 인한 책임 소재와 피해 보상을 놓고 입주민 간 갈등이 빈번하다. 대부분 분쟁이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더 큰 피해로 번져 문제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택시장에서 누수는 '사회적 문제'라며 분쟁을 조정하는 실효성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토교통부 '2023년 전국 건축물 현황'에 따르면 전국 주거용 건축물 458만132동 중 52%가 준공 30년 이상 된 낡은 건물이다. 20년 차 누수 탐지 업체 관계자는 "30년 전 지은 건물은 배관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옥상이 갈라지거나 외벽 틈으로 비가 들어오기도 한다"고 했다.

누수도 문제지만 누수를 해결하는 과정은 더 지난하다. 누수의 원인 파악, 피해 보상 등을 놓고 입주민 간 합의가 쉽지 않다. 갈등이 심화해 송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집합건물 소송을 담당하는 부종식 라움 변호사는 "누수가 발생하면 피해 가구는 누수가 잡힐 때까지 불편하고, 책임 소재가 있는 곳은 비용 때문에 책임을 회피하게 된다. 그러다 피해를 키워 악순환이 된다"고 했다. 누수도 전 국민이 겪는 문제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 중재와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누수 발생 시 원인 파악이 가장 중요하다. 신뢰할 만한 누수 탐지 업체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누수 피해 가구는 피해 현황을 사진 등 증거로 보관해야 한다. 소송을 통해 책임 소재자에게 공사 비용, 인테리어, 이사 및 보관 비용 등 금전적 배상 청구도 할 수 있다. 승소했는데도 보상받지 못하면 책임 가구의 부동산에 대한 압류 및 강제 경매 신청도 가능하다. 누수 피해를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해 대비할 수도 있다.

통상 누수 소송은 6~8개월이 걸린다. 시간과 비용이 부담되면 정부 기관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아파트·연립·다세대 중 500가구 이상이면 중앙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한다. 단 이곳은 건물의 공용부 유지보수 분쟁만 맡는다. 조정위 관계자는 "가구 간 누수 문제는 하자보수 기간 이내면 하자위원회, 보수 기간을 넘겼으면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500가구 미만은 지방분쟁조정위원회, 상가·오피스텔은 집합건물분쟁조정위원회, 임대주택은 임대주택분쟁조정위원회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공동주택 분쟁조정위는 조정까지 30~60일이 걸리며, 비용도 1만원(수수료)으로 소송보다 저렴하다. 다만 조정위가 내린 결론을 '강제'할 수는 없는 게 한계다.

집을 매수한 뒤 '누수'가 발생한 경우도 문제다. 부 변호사는 "원래부터 있던 하자라고 입증하기 어렵다. 그러나 계약할 때 '매도인 하자담보 책임' 특약을 넣으면 하자를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하자담보 책임을 매도인에게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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