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약 ‘세관 수사’ 휘청…경찰 수뇌부 “빼라” 외압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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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전담 수사팀까지 꾸려 수사에 박차를 가하던 '마약 밀반입' 수사는 '세관 직원 연루 의혹' 단서를 발견한 뒤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10월10일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5일 오전 열린 서울경찰청 간부들과 영등포 수사팀 간 회의에서는 '보도자료에서 관세청 관련 내용을 제외하라'는 서울청의 요구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공항 세관 직원이 수사 대상임을 짐작할 수 있는 문구가 세차례 요구 끝에 보도자료에서 삭제됐다고 ㄱ경정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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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녹취록 경무관·경찰수뇌부 “빼라” 외압
검찰은 세관 압수수색 영장 기각…검사회피 신청도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전담 수사팀까지 꾸려 수사에 박차를 가하던 ‘마약 밀반입’ 수사는 ‘세관 직원 연루 의혹’ 단서를 발견한 뒤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경찰 수뇌부의 전방위적 압박이 수사팀에 가해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세관 직원을 언급한 내용이 보도자료에서 빠지고 수사팀은 열흘가량 수사를 못 하기도 했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지난해 7월 영등포경찰서는 마약 투약자로부터 마약 매매 일당 관련 제보를 받았다. 조직원 검거가 이어지자 영등포경찰서는 다음달 ㄱ경정을 팀장으로 하는 마약수사전담팀을 꾸렸다. 결국 필로폰 74㎏을 말레이시아에서 국내로 밀반입한 조직원 십수명을 검거하는 성과를 얻게 됐다. 조직원들이 9월 초 ‘공항 세관 직원이 공범으로 가담했다’고 진술하며 수사는 ‘세관 직원 마약 밀반입 공모’로 확대됐다.
수사팀이 각종 외압에 시달리게 된 것도 이 무렵부터라고 한다. 10월10일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5일 오전 열린 서울경찰청 간부들과 영등포 수사팀 간 회의에서는 ‘보도자료에서 관세청 관련 내용을 제외하라’는 서울청의 요구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공항 세관 직원이 수사 대상임을 짐작할 수 있는 문구가 세차례 요구 끝에 보도자료에서 삭제됐다고 ㄱ경정은 주장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서울청 간부 중 1명인 ㄴ총경은 한겨레에 “수사 실무적인 차원의 논의 끝에 보도자료에서 세관 관련 내용이 빠지게 된 것”이라며 “우려할 만한 상황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조아무개 경무관이 ㄱ경정에게 ‘관세청 관련 문구 삭제’를 종용한 것도 같은 날이다. 조 경무관은 5일 오후 5시께 ㄱ경정에게 ‘세관 관련 내용이 나오지 않게 해달라’ ‘국정감사 때 야당이 정부를 엄청 공격할 텐데 야당 도와줄 일 있는가’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12일 관세청 국정감사가 예정됐는데, ‘관세청 직원 연루’ 내용을 보도자료에서 빼라는 내용이었다. 조 경무관은 ㄱ경정과 한 통화에서 ‘관세청 협조 요청으로 전화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경무관은 고광효 관세청장의 대학 후배다.
서울청 요구를 모두 거절한 뒤인 6일 오전 경찰 지휘부로부터 ‘사건 이첩’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 영등포서 수사팀은 모든 수사를 중단했다. 영등포서 ㄱ경정은 ‘사건 이첩 지시를 공문으로 발송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청은 ‘사건 이첩’ 공문을 발송하지 않았는데, 공문도 못 보낼 정도로 위법한 지시였다는 게 ㄱ경정 쪽 주장이다.
지난해 10월10일 언론 브리핑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세관 연루 의혹’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그러자 이첩을 지시한 경찰 지휘부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한다. 11일 밤 서울청 관계자는 ‘영등포서가 계속 수사하는 거로 결정됐다’는 취지의 문서를 ㄱ경정에게 보냈다. 수사팀을 다시 꾸린 ㄱ경정은 16일부터 수사를 재개했다.
세관 수사를 둘러싼 잡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영등포경찰서가 인천세관 압수수색을 위해 신청한 영장을 서울남부지검이 두차례 기각했고, 지난달에는 계속된 영장 기각에 항의하기 위해 영등포경찰서가 남부지검 검사에 대한 직무 배제 및 회피를 요청했다. 검찰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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