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못하면 벤처붐 아닌 '벤처둠' 될수도…창업 전문가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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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를 통해 회수 가능한 돈이 4~5조원 정도라고 한다면 나머지는 인수합병(M&A)을 통해 회수돼야 한다. 지금보다 M&A 시장이 2배 이상 커지지 않으면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다. 벤처붐이 아니라 '벤처둠', 즉 종말이 올 수도 있다."
강신형 충남대학교 교수(경영학부)는 17일 국회 스타트업 지원모임 유니콘팜이 스타트업 생태계 민간 지원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공동주최한 '기업혁신을 위한 스타트업 M&A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강 교수는 "2021년에 약 10조원 정도가 모험자본으로 스타트업에 투입됐다. 5~6년 뒤인 내년, 내후년부터 펀드가 청산되기 시작하니 15조원 정도의 회수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벤처투자 생태계 선순환이 유지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카이스트(KAIST)에서 학사·석사·박사를 거쳐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기획과 M&A, 조인트벤처(JV)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 충남대 창업보육센터장과 이노폴리스캠퍼스사업단 부단장으로서 지역 창업생태계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발제자로 나선 이용국 컴투스홀딩스 경영고문은 2000년 '게임빌'이라는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현재 40여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컴투스홀딩스로 성장하기까지 스타트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M&A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용국 고문은 "콘텐츠 산업에 있어 특히 스타트업이 소중하다. K-콘텐츠 산업 성장의 핵심은 지식재산권(IP)이고 이는 주로 소규모 스타트업이 창출한다"며 "기존 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빈구석을 효과적으로 채울 수 있는 스타트업과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모바일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를 운영하는 의식주컴퍼니의 정준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가파른 성장의 핵심 원동력으로 M&A를 꼽았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5개의 회사를 인수했다. 자체적으로 만들기 어려운 퍼즐은 인수를 통해 리스크와 소요 시간을 줄였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선 M&A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M&A 자문사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준모 CFO는 "인수 대상 기업을 검토할 때 어려움이 많다. 자산·특허가 다르거나 소송을 겪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 전문적인 자문이나 실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신형 교수는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은 높은 기업가치를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M&A를 추진할 때의 기업가치는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인수자를 찾을 수 있도록 자문사를 구성하고, 기업가치 산정의 간극을 채우기 위한 자문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개별적으로 갖고 있는 동의권이 M&A를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는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투자 계약상 동의권을 투자자마다 개별적으로 갖고 있다. 한두 곳만 반대해도 M&A 진행이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벤처투자 혹한기 상황에서 '청산형 M&A'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소멸해 버린 사례가 많다. 회사 가치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적정한 매수자를 찾아 회사를 존속시키거나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니콘팜 대표를 맡은 강훈식 의원은 "M&A는 IPO와 더불어 스타트업의 대표적인 엑싯 방법 중 하나지만 미국 등 해외 M&A 규모에 비해 그 사례가 현격히 적다"며 "선순환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규제 완화 등 다양한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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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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