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전쟁 30개월… 체코원전 수주 민관 원팀 '총력'
2022년 팀코리아 워룸 가동
佛전력공사와 치열한 경쟁
산업부·한수원·두산 등
잇달아 현지 찾아 세일즈
尹대통령 정상회담서 지원
15년만에 수출낭보 기대
어게인 2009.
탈원전 폐기, 친원전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의 체코 원전 수주전이 종착지에 도착했다. 경쟁자는 2009년 대한민국에 무릎을 꿇었던 프랑스. 수년간 총성 없는 전쟁을 벌였던 양국은 15년 만에 장소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체코로 옮겼다.
17일 체코 두코바니와 테멜린에 1200㎿(메가와트)급 신규 원전 최대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앞두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들은 하루 종일 관련 정보를 수집하며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입찰은 2022년 3월 개시됐지만, 정확한 입찰가 산정을 위해 2022년 1월부터 경주 한수원 본사에 워룸 운영을 시작했다. 입찰안내서가 나오고 수주전이 본격화하면서 워룸을 단계적으로 확대했다. 팀코리아를 총괄하는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그동안 수차례 체코를 방문해 수주 활동을 벌였다.
황 사장은 올해 들어서만 체코를 세 번 방문했다. 올 1월 체코 언론을 대상으로 사업 현황 설명회를 개최했다. 4월에는 최종 입찰서를 제출하며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2036년까지 신규 원전을 준공하겠다는 체코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수원이 전 세계에서 최적의 공급사"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달 다시 체코를 찾은 황 사장은 신규 원전 건설 상임위원회 위원장인 요제프 시켈라 산업통상부 장관을 면담했다.
대한민국 원전 수출 역사는 2009년을 끝으로 15년간 자취를 감췄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탈원전'을 에너지정책 기조로 삼아 한국형 원전 수출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많다. 문 전 대통령은 국내에 새로 짓기로 했던 신규 원전 4기의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며 탈원전의 기치를 올렸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며 "원전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의 탈원전정책 폐기를 선언하고,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는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정책을 상징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통상교섭본부장 시절 두 차례, 장관 취임 후 한 차례 등 총 세 차례 체코를 방문해 수주전에 힘을 보탰다.
원전업계는 체코 신규 원전 수주를 위해 수년간 공을 들여왔다. 한수원은 2016년 체코의 신규 원전 수요를 발견하고 체코 사업 담당부서를 신설했다. 2018년 9월 한전기술·한전KPS·한전원자력연료·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 등으로 구성한 입찰 전담조직 '팀코리아'를 꾸려 체코 원전 수주를 준비해왔다.
그동안 체코 정부의 입찰계획도 변경됐다. 당초 두코바니에 1기(5호기)만 더 지을 예정이었지만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올 2월 두코바니 2기와 테멜린 2기 등 최대 4기 신규 건설로 방향을 틀었다. 동시에 한수원, 프랑스전력공사(EDF),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3파전은 웨스팅하우스 탈락으로 한수원, EDF의 2파전 구도가 됐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주기기 제작·공급을 담당하는 두산에너빌리티도 수주 성공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뛰었다. 올 5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직접 현지로 날아가 체코 정부를 비롯해 금융기관, 현지기업 관계자 등을 만나 팀코리아 수주 당위성을 피력했다.
두산은 체코 원전사업을 수주할 경우 2차 계통 핵심 주기기는 체코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가 공급하도록 해 한국과 체코 간 파트너십을 강화할 계획을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수소·가스터빈 등 무탄소 발전 기술을 두산스코다파워에 제공해, 체코가 유럽 내 무탄소 발전 전초기지로 부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여태까지 같은 유럽연합(EU) 국가이자 원전 강국인 프랑스가 우세하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과 전폭적인 지원이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한 막판 대역전극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문지웅 기자 /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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