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아 쓰고 싶어해"…한화 피치컴 바로 착용한다, 그런데 왜 "강압은 없다" 했을까

[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바리아는 피치컴을 쓰고 싶어 하더라."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이 1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경기를 앞두고 선발투수 하이메 바리아가 피치컴을 착용한다고 밝혔다. 바리아는 미국에서 피치컴 사용 경험이 있어 거부감이 없는 상태다.

김 감독은 "투수와 포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미국에서 썼던 사람들은 쓰고 싶어 하더라. 바리아는 쓰고 싶어한다. 우리는 이제 국내 포수가 맞춰야 할 것 같다. 바리아는 본인이 쓰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쓰는 것이고, 포수가 투수에게 맞추도록 노력해라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16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당장 피치컴을 사용할 뜻을 밝혔다. KBO는 15일 투수와 포수가 사인을 교환할 수 있는 장비인 피치컴 세트를 각 구단에 배포했다. KBO가 올해부터 피치클락을 시범 운행하고 있는 가운데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피치컴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있었고, KBO는 후반기 시작에 맞춰 피치컴을 각 구단에 배포할 수 있었다. 피치컴은 지난 1일 전파인증을 완료했고, 16일부터 KBO리그와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즌 도중 장비가 들어온 만큼 사용 여부는 구단의 자율로 맡겼다.

김 감독은 "내일(17일)부터 쓴다. 상대나 우리나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니까 똑같다. 포수가 처음에는 낯설 것 같더라. 투수도 (류)현진이야 미국에서 해보고 왔으니까. 여러 버튼을 눌러보고 해야 하던데, 이게 익숙해지면 간단해서 좋을 것 같더라. 한 4경기 정도는 포수가 조금 정신이 없겠는데, 익숙해질 때까지는 몇 경기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일단 해야 된다고 했으면 빨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목적이 무엇이냐. 우리가 팬들한테 더 빠른 경기를 보여 팬들을 안 놓치려는 것 아닌가. 4시간 경기를 보라고 하면 우리 야구인들도 못 본다. 지금 경기 시간이 많이 줄어들고 있고, 팬들만 좋나. 선수들도 3시간 안에 끝나는 경기를 뛰면 체력 소모가 다르니 선수들에게도 좋다. 또 선수들이 경기를 하면서 왜 스피드업을 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피치컴을 무조건 쓰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지만, 김 감독은 한발 물러나 당분간은 투수들에게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 피치컴이 익숙하지 않고 불편한데 경기할 때 쓰도록 감독이 강요할 수는 없다는 것.

김 감독은 "현진이는 써봤으니까 그렇게 어렵진 않은데, 안 써본 투수는 그리고 우리 외국인 투수 중에 라이언 와이스도 조금 불편해한다. 선수가 불편한데 감독이 쓰라고 말을 못 한다. 투수가 쓰고 싶어 하면 포수가 맞춰주라고 했고, 투수가 불편해하면 그때는 감독이 강요는 못 할 것 같다. 선수가 자기가 편한대로 사인을 받아서 해야 할 것 같다. 포수도 지금 이게 연습 없이 들어가는 거라서 포수들도 처음에는 조금 우왕좌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17일 현재 시즌 성적 38승48패2무로 9위다. 5위 SSG 랜더스와는 5.5경기차로 벌어져 있지만, 연승 흐름을 타면 한번은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거리라 포기는 이르다. 순위 싸움하는 과정에서 피치컴이 선수들에게 불편한 요소가 된다면 피치컴을 쓰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김 감독은 "사실 지금 시점에서 순위가 확정된 게 아니지 않나. 움직일 수 있는 요소가 조금은 남아 있다. 그런데 이게 또 예민할 수 있는 게 들어오니까. 감독으로서 사실 조금 걱정은 되지만, 선수들이 원한다면 찬성한다"고 했다.

피치컴 세트는 사인을 입력하는 송신기와 이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수신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세트는 송신기 3개, 수신기 12개로, KBO 리그와 퓨처스리그 모든 팀에 각 1세트가 전달됐다.

송신기에는 9개의 버튼이 있어 사전에 설정된 구종과 투구 위치 버튼을 순서대로 입력하면 수신기에 음성으로 전달된다. 송신기는 투수나 포수에 한해 착용 가능하며, 투수의 경우 글러브 또는 보호대를 활용해 팔목에 착용한다. 포수의 경우 팔목, 무릎 등에 보호대를 활용해 희망하는 위치에 착용할 수 있다.

수신기는 모자 안쪽에 착용한다. 투수나 포수 외에도 그라운드 내 최대 3명의 야수가 착용 가능하며 더그아웃 및 불펜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한편 한화는 이날 이원석(중견수)-김태연(우익수)-요나단 페라자(좌익수)-안치홍(2루수)-채은성(1루수)-김강민(지명타자)-이도윤(유격수)-하주석(3루수)-최재훈(포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