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전 금리인하 반대, IRA는 녹색사기"
집권 2기도 '고관세 카드'
"강달러로 美수출 어려워
관세는 좋고 훌륭한 것
재무장관에 다이먼 고려"
한국 직접 언급 없었지만
반도체 보조금·방위비 등
재집권땐 한국도 가시밭길
"관세는 경제적으로 훌륭하고 협상에도 좋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기자동차 육성정책은 보조금으로 인플레이션만 가중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집권 시 경제·산업 정책 전반에 격변이 일어날 것임을 시사했다. 인터뷰는 피격 사건 전인 지난 6월 말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진행됐지만, 이미 당선된 듯 거침이 없었다. 사실상 '트럼프노믹스'의 밑그림을 공개한 것이어서 이목이 집중된다.
16일(현지시간) 공개된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금리는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금리 수준이 높아 (바이든 정부가) 금리 인하를 원할 수 있지만, 선거 전에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028년까지 임기를 채우도록 할 것"이라며 "파월 의장과 논쟁을 벌인 적이 있지만 지금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경제수장 인선을 고려 중인 듯 후보군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입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나는 다이먼 회장을 존경한다. 당선되면 재무장관 후보로 고려해볼 만한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대만 기업의 반도체 생산지원금 수령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2기' 시대가 현실화하면 중국에 대한 통상 압박은 물론이고 첨단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대만과 한국에도 먹구름이 예고된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가져갔다며 이를 방위비로 돌려받아야 한다고 공격했다. 그는 중국에 맞서 대만을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만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가져갔기 때문에 우리에게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그런데 미국은 그들이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도록 하기 위해 그들에게 수십억 달러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에도 공세가 가능한 논리다.
이에 대만 총리 격인 줘룽타이 행정원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방위비 인상 요구를 받아들일 의사가 있다고 즉각 대응했다. 줘 행정원장은 "대만해협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은 대만과 미국의 공동 책임이자 목표"라면서도 "우리는 스스로를 방어하고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더 많은 책임을 부담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2기에서 '고관세 카드'를 협상용으로 쓸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관세와 관련된 규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윌리엄 매킨리 25대 미국 대통령을 '과소평가된 인물'이라고 칭했다. 그는 "관세를 부과하면 기업들은 관세를 내고 싶지 않아 미국에 공장을 짓게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미국에 판매할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멕시코에 공장을 짓고 있었다. 이것으로 미국이 도움받을 일이 무엇이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가 모든 것을 막았던 것은 산업이 모두 멕시코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내가 막지 않았다면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학자들이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면 교역관계가 사실상 끝날 것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이번 인터뷰에서 "나는 (첫 임기에) 50%를 했고, 60%는 듣지 못했다"며 한발 물러섰다.
전기차 산업 등 한국 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발언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한 IRA를 '새로운 녹색 사기(New Green Scam)'라고 표현하는 등 강도 높게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IRA를 폐기하겠다고 시사했던 과거 발언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육성정책은 실현이 불가능하다.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보조금만 퍼주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축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가시켰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이 IRA 보조금을 바탕으로 북미 지역에 공장을 건설하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터뷰 첫 마디부터 환율을 거론하며 '환율전쟁'도 예고했다. 중국과 일본 등이 자국 통화가치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아울러 법인세율과 관련해 그는 "현행 21%에서 15%까지 낮추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며 "20%로 1%포인트만 낮추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핵무기 수십 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더 이상 비밀이 아니라고 이번 인터뷰에서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년 반 동안 중국이 러시아, 이란, 북한과 손잡았고 지금 북한은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지금은 3년 반 전과는 다른 세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최악의 상황을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밀워키 최승진 특파원 / 서울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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