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의 뒷심, 더 어려워진 '나·원' 단일화…돌고 돌아 '어대한'

박소연 기자 2024. 7. 1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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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나경원·원희룡 단일화 시너지 효과 미미…친윤 등에 업은 원희룡, 사퇴도 어려워
국민의힘 한동훈(왼쪽부터), 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당대표 후보가 17일 경기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7.17. /사진=뉴시스 /사진=고승민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나경원 당대표 후보의 상승세가 심상찮다. 지난주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친윤계를 등에 업은 원희룡 후보를 앞지르면서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다. 다만 나 후보와 원 후보의 표심을 합쳐도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란 회의론이 커지면서 단일화 논의는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17일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 후보와 나경원 후보의 양자대결 구도에서는 49.4%가 한 후보를, 24.8%가 나 후보를 지지했다. 한 후보와 원희룡 후보의 대결을 가정하면 각각 52.8%, 18.6%였다.

한 후보를 상대로 맞붙었을 때 나 후보가 원 후보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조사 대상을 좁히면 차이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후보와 나 후보의 양자대결에서 한 후보는 70.3%, 나 후보는 21.7%였다. 한 후보와 원 후보의 양자대결에선 한 후보 71.7%, 원 후보 21.0%로 나타났다.

나경원,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17일 경기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2024.7.17/사진=뉴스1 /사진=(고양=뉴스1) 김민지 기자

당초 원 후보가 단일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취했고 나 후보는 선을 그었는데, 최근 입장이 교묘하게 뒤바뀌었다. 나 후보가 우세한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면서 우회적으로 단일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선 것이다.

나 후보는 전날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아직 '한동훈의 시간'이 절대 아니다"라며 "원희룡 후보의 황당하기 짝이 없는 헛발질 마타도우, 구태한 네거티브가 기름을 얹었다. 지금 한동훈 캠프 수석 응원단장이 바로 원희룡 후보"라고 했다. 두 후보를 동시에 비판하면서, 한 후보를 상대할 적임자는 자신이란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 후보는 "원 후보는 절대로 한 후보를 이길 수 없다"고 사실상 단일화를 압박했다.

문제는 나경원·원희룡 후보 양측이 단일화를 해도 시너지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된다는 점이다. 두 후보는 비(非)한동훈이지만, TV토론 등 선거전 과정에서 이미 다양한 이견과 갈등을 노출했다. 누구 한 명이 사퇴하고 나머지 한 명을 지지선언 해도 표심이 100% 흡수하리란 보장이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열린 ‘CBS 김현정의 뉴스쇼 특집’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7.17/사진=뉴스1

무엇보다 '한동훈 대세론'이 갈수록 공고화되면서 두 후보의 지지율을 합쳐도 결선에 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론조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한 후보의 지지율은 대체로 50~60%대를 넘나들며 과반을 넘기는 추세다.

이날 뉴시스-에이스리서치 조사에서 표심 이동을 분석한 결과 '나경원 대 한동훈' 구도의 경우 원 후보가 당 대표로 적합하다고 답한 층에서 나 후보로의 유입이 58.3%, 한 후보로의 유입이 18.5%로 집계됐다. '원희룡 대 한동훈' 구도에서는 나 후보의 지지층 가운데 32.6%가 한 후보로 유입됐다. 원 후보로의 유입은 24.8%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나경원·원희룡 두 후보가 단일화를 할 경우 상당부분 한 후보로 표심이 유출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다만 나 후보로 단일화하는 것이 원 후보로 단일화하는 경우보다 표심 유출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다양한 이유로 현재 나경원·원희룡 캠프는 모두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다. 우선 23일 전당대회까지 단일화 없이 각개전투를 하는 것이 비 한동훈 파이를 키우는 데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친윤 세력의 지원을 받고 있는 원 후보로서는 섣불리 중도 사퇴하기도 어렵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7일 경기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2024.07.17./사진=뉴시스

더 빨리 단일화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경원·원희룡 후보가 일찍 단일화를 했다면 30% 수준까지 끌어올린 뒤 양강 구도를 만들기가 더 용이했을 텐데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금 1강 대 2중인데, 단일화를 했다면 양강 구도로 재편될 수도 있었다"고 밝혔다.

두 후보가 1차투표 전 사퇴 없는 '단일화 선언'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3일 1차투표 이전에 양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때 연대하겠다고 단일화 선언을 하면 1차에서 한 후보로 표가 쏠리는 현상을 최대한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단일화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우리 정치사에서 노무현과 정몽준, 안철수와 박원순 단일화 외에 성공한 케이스가 없다"며 "설사 한다고 해도 3위 표심의 60~70% 표심만 흡수해도 성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전날 SBS라디오에서 "1등 후보가 결선투표를 가더라도 43%를 넘으면 잘 안 뒤집어진다"며 "한동훈 위원장이 (1차투표에서) 40~43% 사이면 결선에서 뒤집어질 가능성이 큰데 43%, 45%를 넘으면 (2위가) 역전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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