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의 60년 ‘믿을맨’ 연만희 전 회장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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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만희를 믿고 떠난다."
유한양행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계승해 회사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한 연만희 전 유한양행 회장 겸 유한재단 이사장이 지난 16일 별세했다.
1962년 제약사 최초로 유한양행을 상장한 유일한 박사는 당시 신참에 불과하던 연 회장에게 증권시장 상장 업무를 맡긴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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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유재철 시사저널e 기자)
"연만희를 믿고 떠난다."
1990년 말 미국에서 치료 받던 유일한 박사의 딸 유재라 여사가 연만희 전 회장에게 한 당부가 주목받고 있다. 연 전 회장은 생전 집필한 그의 자서전에서 "1971년 (유일한) 박사님이 서거하신 후에도 '신용과 정직'이라는 '유일한 정신'의 모토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갔다"면서 "불의와 타협한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계승해 회사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한 연만희 전 유한양행 회장 겸 유한재단 이사장이 지난 16일 별세했다.
1930년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난 연 전 회장은 고려대 경제학과 재학 시절 한국전쟁에 참전해 대구 방위사관학교에서 예비군 소위로 임관했다. 군 복무 공로를 인정받아 1953년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연 전 회장은 대학 졸업 후 1961년 유한양행 경리과 직원으로 입사해 1982년 유한스미스클라인 사장을 거쳐 1987년 유한양행 부사장, 1988년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2021년 퇴임까지 60년을 유한양행에 몸담았다.
1962년 제약사 최초로 유한양행을 상장한 유일한 박사는 당시 신참에 불과하던 연 회장에게 증권시장 상장 업무를 맡긴 것으로 전해진다.
유일한 박사에 이어 1993년 회장직에 오른 연 회장은 친인척을 경영에서 배제하는 유한양행의 경영 철학에 따라 사장직은 한 번의 연임만 허용해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등 회사에 전문경영인 시스템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 전 회장은 "박사님의 철통같은 '유한 가버넌스'의 지침에 따라 박사님의 창업 및 설립정신을 잘 이해하고, 유한양행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따른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하고자 노력했다"면서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고 있지만 성실하고 정직하게 청지기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유일링(유일한 박사의 손녀)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 환원에도 앞장서 1994년부터 창의발전기금과 장학금을 모교인 고려대에 기부했으며, 수억 원 상당의 유한양행 주식을 모교에 기부하기도 했다.
연 회장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한국경영인협회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상'을 수상했고 2018년에는 한국경영인협회가 제정한 '대한민국 기업보국대장'에서 첫 번째 헌정 기업인으로 선정됐다.
유족은 부인 심문자 씨와 사이에 2남 1녀로 연태경(전 현대자동차 홍보 임원)·연태준(홈플러스 부사장)·연태옥 씨와 사위 이상환(한양대 명예교수) 씨, 며느리 문선미·최난희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실, 발인 19일 오전 8시, 장지 동화경모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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