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24. 7. 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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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교통사고 비난 크지만
30대 이하 사고율 더 높아
나이기준 운전금지 비합리적
곧 초고령사회 혐오조성 안돼

서울시청 인근 역주행 사고를 계기로 노인에 대한 혐오성 기사가 줄짓고 있다. 노인장기요양시설을 지으려면 인근 주민의 강력한 반발을 넘어서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이 거론되면 노인은 공공의 적이 된다. 우리 사회에 노인 혐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부당한 차별은 오래되었고, 외국 이주민 대다수는 혐오와 차별의 피해자다. 혐오는 사회적 약자에 한정해서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남성에 대한 여성의 혐오가 독버섯처럼 양산되고 있다. 혐오와 차별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미국 등 이른바 선진국에서 인종차별이 아직도 청산되지 않고 있다.

혐오가 발생하는 기제는 복잡해서 단정하기 어렵지만, 대체로 자기와 다름에 대하여 인정하지 못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렇지만 노인에 대한 혐오는 다른 혐오와는 성격이 다르다. 유년·청년·장년·노년의 구분은 인생 사이클을 나누는 데 사용되지만, 사람은 누구나 유년기를 거쳐 청년이 되고, 청년은 장년으로, 그리고 노년이 된다. 따라서 노인에 대한 혐오는 자신의 장래 모습에 대한 혐오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으나 사고발생률은 감소 추세에 있다. 2023년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19만8296건으로 2551명이 사망하고 28만3799명이 부상당했다. 하루 54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꼴이다. 이들 사고 중에 노인이 일으킨 사고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노인이 낸 사고만 기사화하니, 노인만 큰 교통사고를 내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이 연출된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교통사고를 집계하고 통계를 분석하는 보험개발원에 연령별 교통사고 발생 현황을 알아봤다. 2023년도 자동차보험 기명피보험자 연령대별 대인 사고율은 71세 이상 5.7%, 61~70세 4.9%, 51~60세 4.7%, 41~50세 4.0%, 31~40세 4.7%, 30세 이하가 7.4%로 나타났다. 71세 이상이 다소 높지만 30세 이하가 더 높았다. 팩트에 기초한 노인 비하도 문제겠지만, 잘못된 팩트에 기초한 것은 인격 모독에 가깝다.

금년 2월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 '플랜 75'는 노인 인구가 30%에 가까운 일본을 배경으로 초고령사회에서 상상 가능한 차가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플랜 75는 75세가 되면 안락사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가상의 프로그램을 형상화하고 있다. 단지 노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소외되고 혐오 대상이 되는 국가라면, 플랜 75가 사실상 존재하는 국가라 할 수 있다. 2023년의 65세 이상 노인 자살자는 3500명으로 인구 10만명당 39.9명이 자살로 세상을 등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2명보다 2.3배 높아 단연 1위인 자살률이 이를 방증하는 것은 아닌가.

운전하는 데 필요한 인지능력을 갖추지 않은 사람에 대하여 운전을 금지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제도다. 그러나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이 숫자에 불과한 연령이 되어서는 안된다. 마찬가지로 법정 정년이 되면 일자리에서 당연히 떠나야 하는 제도 역시 부당하고, 65세가 되었다고 지하철에 당연히 무임 승차하고, 각종 지원의 대상이 되는 것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올해 노인 인구는 1000만명을 넘어서고 내년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초과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2050년이 되면 국민 40%가 노년이 되고, 2070년경이 되면 국민 2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 된다. 울트라초고령사회가 눈앞에 왔는데도 여전히 연령에 따른 차별과 연령에 기초한 무조건적 지원 제도가 방치되고 있다. 갈등은 그냥 덮어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 정부와 국회가 나설 때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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