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서봉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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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총은 경북 경주시 중앙동에 있는 신라 고분이다.
1926년 고고학자였던 구스타브 아돌프 스웨덴 왕세자가 신혼여행차 일본을 방문하던 중 소식을 듣고 고분 출토에 참여하였다.
서봉총 앞에는 구스타브 아돌프 스웨덴 왕세자의 고분 발굴 기념비와 함께 서봉총에 얽힌 사연이 표지판에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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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총은 경북 경주시 중앙동에 있는 신라 고분이다. 1926년 고고학자였던 구스타브 아돌프 스웨덴 왕세자가 신혼여행차 일본을 방문하던 중 소식을 듣고 고분 출토에 참여하였다. 나는 2018년 스웨덴 주재 대사로 부임하여 스웨덴 주요 인사를 만날 때 한국과 스웨덴의 인연을 강조하기 위한 소재로 서봉총 이야기를 많이 하고 다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시기가 일제강점기라는 생각이 불현듯 든 이후로는 마음이 별로 편치 않아서 이 이야기를 더는 하지 않았다.
지난 4월 경주에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외교관이라는 직업 때문에 아이들이 한국보다는 외국에서 학교 교육을 받은 기간이 길어 우리 역사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천년 고도이자 신라의 도읍이었던 경주에 가서 많은 유적지를 직접 보여주고 설명도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어릴 때 수학여행을 가본 후 처음 간 경주에서 나는 천년의 역사가 숨 쉬는 것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세계적인 문화 유적지를 많이 가봤지만, 경주야말로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특히 대릉원에 있는 신라 왕들의 무덤 앞에서는 유구한 역사의 혼과 기운을 느낄 수 있어 옷깃을 여미게 되었다.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 장소로 경주가 선정되었다고 한다. 우리 자랑스러운 문화를 세계에 맘껏 알리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경주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하나 있었다. 대릉원 길 건너편에 있는 서봉총이다.
그런데 특이하게 서봉총은 대릉원의 다른 고분과 달리 봉분이 없고 평평한 형태였다. 서봉총 앞에는 구스타브 아돌프 스웨덴 왕세자의 고분 발굴 기념비와 함께 서봉총에 얽힌 사연이 표지판에 적혀 있었다. 사연인즉 일제는 경주역에서 기관차 차고를 짓는 데 흙이 모자라 봉분의 흙을 가져다 쓰기 위해 발굴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기막힌 일이다. 기관차 차고를 지을 흙이 부족해 성스러운 남의 나라 고대 왕릉을 파헤쳤다니! 참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고분 출토 작업이 완료된 후 경주 최부잣집에서 열린 저녁 만찬에서 일본 관리들이 고분 명칭을 스웨덴을 기념하여 '서전총(瑞典塚)'으로 명명하자고 구스타브 왕세자에게 말하자 왕세자가 정색하면서 "천년 찬란한 신라의 왕실을 모독할 수 없다. 왕관에 봉황새 문양이 있으니 '봉황대(鳳凰臺)'라고 하면 어떨까"라며 사양하였다고 한다. 일본 관리들이 머쓱해하며 서전(瑞典)의 '서'와 봉황의 '봉'을 합쳐 '서봉총'이라 하겠다고 하여 오늘날 고분의 명칭이 되었다고 한다. 당시 고분 발굴 작업에 참여하여 금관을 직접 수습한 구스타브 왕세자에게 선물한 금귀고리 한 쌍은 현재 스톡홀름 동아시아박물관 한국실(코리안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다. 구스타브 왕세자는 스웨덴 현 국왕 칼 구스타브 16세의 조부다. 기관차 차고 흙이 필요해 왕릉의 봉분을 파헤침 당하는 굴욕과 수모를 당했다는 것이 너무도 마음 아프고 슬펐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미래를 향한 협력도 과거 역사는 역사대로 기억하면서 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정규 전 주스웨덴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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