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무시무시한 ‘양궁 알파고’ 상대로 연습했다[올림픽+알고봅시다]
양궁은 손바닥보다 작은 과녁 중심부에 누가 더 많은 화살을 꽂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70m 떨어진 사대에서 이 과녁을 적중시키려면 기량이 뛰어난 것을 넘어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활을 당겨야 한다.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궁사들이 올림픽이 열릴 때면 정신력을 다듬을 수 있는 갖가지 방법을 활용하는 배경이다. 올림픽 현장 소음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야구장과 축구장을 돌면서 활을 쐈던 게 대표적인데, 이번 파리 올림픽을 대비해선 한 가지 훈련이 추가됐다. 지난 4일 진천선수촌에서 공개된 양궁 로봇이다.
대한양궁협회는 한국 양궁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양궁 로봇을 제작했다. 협회 회장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지원한 양궁 로봇은 센서로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파악해 완벽에 가까운 적중력을 자랑한다. 마치 이세돌과 승부했던 AI 기사 ‘알파고’를 떠오르게 한다. 양궁 로봇은 진천선수촌에서 진행된 스페셜 매치에서 한국 최고의 궁사로 불리는 김우진(청주시청)과 임시현(한국체대)을 상대해 한 수 위의 기량을 뽐냈다.
김우진은 끝까지 동점으로 버티다가 마지막 한 발로 승패를 결정짓는 슛오프에서 아깝게 졌고, 임시현은 마지막 세트에서 4-6으로 졌다.
선수들은 양궁 로봇이 정신력을 가다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승부처에서 만난 상대가 예상 밖의 선전을 거듭할 때 버티는 방법을 미리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동현 남자대표팀 코치는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감정이 없는 기계와 부딪치면서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양궁 선수들이 로봇의 도움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선수들에게 필요한 신기술이 순서대로 도입됐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탄생한 슈팅 머신도 사실 로봇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 선수들은 자신에게 잘 맞는 화살을 선별하기 위해 직접 활시위를 당기며 적잖은 시간을 쓴다. 선수들 대신 활을 쏘는 이 머신은 동일한 조건에서 일정 범위로 탄착군을 형성하는 좋은 화살을 골라낼 수 있도록 도왔다. 도쿄 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을 따낼 수 있었던 숨겨진 공신인 셈인데, 이번 대회는 양궁 로봇까지 추가돼 전 종목 석권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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