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근육자랑… "11월 대선전 기준금리 인하 안돼"
바이든에 유리한 영향 안돼 주장
해외기업 관세 기존방침 재확인
페드워치, 9월 인하 만장일치 전망
국내 인하시점에도 영향 미칠듯
"11월 대통령 선거 전 금리 인하는 안 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금리 관련 발언에 글로벌 금융계가 긴장하고 있다. 오는 9월 미국 금리 인하를 기정 사실화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특히 최근 피격 사건으로 트럼트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트럼프가 금리 문제를 정치 이슈화함에 따라 하반기 미국 금리 향방에 변수로 작용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세 인상·감세로 대표되는 트럼프의 경제정책 기조에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심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 전 금리 인하 반대"=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11월 대선 전 금리 인하는 잘못됐다. 그들은 그렇게 해선 안 된다"며 "연준이 선거 전에 금리를 인하해 경제를 부양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한 영향을 주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이전 금리 인하를 확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2028년까지인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를 마칠 수 있도록 그대로 두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재무부 장관으로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를 존경한다며 그의 기용을 고려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중국 기업에 60% 관세"= 트럼프는 미국 법인세를 낮추고 부족한 세금을 해외에서 관세로 받겠다는 기존 방침도 재확인했다.
지난해 트럼프는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제품을 정가 이하로 판매한다면 자동으로 약 10%의 관세를 내야 한다"며 "이를 통한 수입으로 빚을 갚고 법인세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자신의 대선공약 사이트에서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일괄 적용한다고 예고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월 트럼프가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한다"며 "그것보다 더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스위스 투자은행(UBS)은 트럼프가 당선 돼 공약을 이행할 경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반토막 날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작년 성장률은 5.2%, 올해 목표치는 5%다.
이에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마켓츠의 거시전략 부문장인 마이클 멧커프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집권 1기 때보다 2기 때 더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위험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가 처음 당선됐던 2016년 인플레이션 관련 수치 및 그에 대한 기대가 낮았지만 현 상황은 매우 다르다"면서 "인플레이션 수준과 그에 대한 기대가 더 높고, 우리는 여전히 인플레이션 관련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도 트럼프가 재선할 경우 유럽지역 성장 전망에 하방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물가상승률이 0.1%p 상승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이 1%가량 타격을 받을 것이라 추정한다"고 전망했다.
◇국내 금융시장도 긴장= 트럼프발 환율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금리 인하 깜빡이를 처음 켰다.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과 비슷하게 한은도 연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시장은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트럼프 정부가 들어설 경우 추진될 보호무역·관세 정책 때문이다.
◇단기 충격?= 다만 이번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이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트럼프의 발언 이후에도 금리 인하 전망이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현 5.25~5.50%로 동결할 확률을 '0%'로 반영했다. 9월까지는 금리를 내린다는 만장일치 전망이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트럼프의 행보가 금융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연준이 예정대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하면서 달러도 계속 오르고 환율도 많이 올랐다. 투자자들은 걱정할 수 있지만 단기 이슈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재임 시절 정책 등을 고려하면 관세 부과와 자국 내 감세, 통화정책 개입 등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들은 이같은 우려가 어느정도 현실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영향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라며 "당장 파월이 트럼프의 발언을 반영하지 않겠지만, 환율과 증시 모두 앞으로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형연·김남석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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