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AI·반도체·에너지` 중심 대변혁 시작

장우진 2024. 7. 1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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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E&S합병… '리밸런싱' 가속
HBM 등 AI 관련 사업에 82조
"AI 밸류체인 리더십 강화해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작년 12월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SK 제공

SK그룹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추진을 공식화 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한 '리밸런싱'의 다음 포석에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SK그룹은 친환경 에너지와 함께 인공지능(AI)·반도체 분야에 중점을 두겠다는 전략을 이미 제시한 만큼, 조직 효율화 작업과 AI 등의 미래 투자재원 마련을 위한 구조조정 작업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SK그룹은 일단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비율에서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 쪽에 좀 더 비중을 뒀다. 그런 만큼 소액주주들의 불안감도 일정 수준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의 사업 재편 과정도 최대한 주주친화적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은 SK E&S 합병과 별개로 자회사인 SK온과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기업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에너지의 탱크터미널 사업을 하는 SK엔텀을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전날 'SK온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앞서 SK그룹은 지난달 말 경영전략회의에서 AI·반도체 분야를 집중 육성하기로 하는 동시에, 에너지·바이오 분야에 대해서는 체질개선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번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그린·화학·바이오 사업 부문은 시장 변화와 기술 경쟁력 등을 면밀히 따져 선택과 집중, 내실 경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SK이노베이션의 계열사 합병도 이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 예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2019년 SK온·SK어스온은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 분할하면서 사업체가 늘었다.

또 바이오 사업은 중간 지주사격인 SK디스커버리 산하에 SK케미칼·SK바이오사이언스·SK플라즈마, 그리고 그룹 지주사인 SK㈜ 산하에 SK바이오팜·SK팜테코 등으로 산재해 있다.

이런 이유로 재계에서는 SK그룹이 경쟁사에 비해 계열사 수가 과도하게 많다는 평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조사 결과 SK그룹의 계열사 수는 219개로 삼성(63개), 현대차(70개), LG(60개)를 크게 웃돈다.

SK그룹은 지난달 초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으로 선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또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SK디스커버리 대표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오너 일가의 역할론이 주목된다.

최 회장은 AI를 중심으로 반도체·통신 분야에 힘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SK그룹은 경영전략회의서 SK하이닉스가 2028년까지 103조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이 중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관련 사업 분야에 약 80%(82조원)를 집행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또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5년간 3조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변수는 이러한 사업 재편 과정에서의 주주 설득이다. 다만 이날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이 1대1.2로 정해지면서 주주 불만은 우선 잠재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배로 저평가돼있던 만큼 1대2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회사는 SK이노베이션의 자사가치를 SK E&S와 비슷한 수준으로 여겼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의 종가는 전일보다 5.65% 올라 투자자 기대 심리는 반영됐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 리밸런싱의 신호탄 격이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방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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