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감에 정산 지연 현황 공개한 큐텐... 시장 불안 왜 더 커졌나?

김민우 기자, 하수민 기자, 황예림 기자 2024. 7. 1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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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 정산지연 셀러 보상안 /그래픽=김다나
큐텐 그룹이 계열사 위메프뿐만 아니라 큐텐 중심 판매자(셀러)의 판매대금 정산 지연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안을 마련했다. 정산이 지연되면서 불안감에 휩싸인 셀러들의 탈출 문의가 쇄도하자 큐텐이 현재 그룹 상황을 공개하고 정면 돌파를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500여 파트너사 정산 지연...연이율 10% 지연이자
17일 큐텐 그룹에 따르면 큐텐 산하의 계열사 내 총 6만여 파트너사 중 일부인 500여 파트너사에 대금 정산 지연 사례가 발생했다. 12일까지 400여 파트너사 정산 완료 했으나 일부 정산은 지연되고 있다.

큐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난 8일 위메프에서 일부 파트너사들이 결제 전산 시스템 오류로 대금을 정산받지 못했다"며 "이번 정산 지연으로 불편함을 겪은 파트너사와 고객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큐텐과 위메프, 티몬을 포함 정산 지연을 겪은 모든 그룹사 파트너에 10%(연이율)로 지연 이자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보상안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연 금액 10%를 각 큐텐 플랫폼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제공해 사업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큐텐과 계열사 플랫폼 등에서 2주 이상 정산이 지연된 셀러는 향후 3년간 Wish+(위시플러스) 및 Wish(위시)에서의 상품 등록 시 판매 수수료를 3% 감면한다. 1개월 이상 정산이 지연된 경우 큐텐 또는 위메프, 티몬 상장 시 큐텐 그룹 직원의 우리 사주 구매 조건과 동일한 수준으로 정산 지연금 50%까지 주식을 매입할 기회를 추가 제공한다.
큐텐 그룹 시장 위기 시발점은 '티몬 감사보고서'
큐텐 그룹이 이처럼 정산대금 지급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상책을 마련한 이유는 위메프 정산대금 미지급 이후 시장 불안이 커진 탓이다. 애초에 큐텐 그룹에 대한 시장 불안을 키운 것은 위메프가 아닌 티몬이다. 4월 마감인 티몬의 감사보고서가 7월인 현재까지도 제출되지 않으면서다.

큐텐 측은 "주요 주주 간에 보고서 문구에 대한 이견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통상 감사보고서가 제때 제출되지 않는 것은 보통 재무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2022년 기준 티몬의 자본총계는 -6386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티몬이 지난달 도서문화상품권을 '선주문' 형태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통상 도서문화상품권은 온라인상에서 액면가보다 3% 정도 할인판매되는데 티몬은 최대 10% 할인해 판매했다. 대신 이달에 주문하면 한 달 뒤에 상품권을 발송해주는 '선주문' 형태로 판매했다.

업계에서는 단기간에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티몬 입장에서는 상품권 판매 시점부터 발송 시점까지 약 한 달 동안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탓이다. 티몬이 큐익스프레스 상장을 앞두고 실적 부풀리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온라인상에서는 파격적인 할인 혜택에 '상테크'(상품권으로 하는 재테크) 방법까지 공유되며 화제를 낳았지만, 일각에서는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가 터질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티몬은 이 시기에 자체 캐시인 '티몬캐시'도 10% 할인해 판매했다. 티몬캐시 판매액은 5억원에 불과했지만, 문화상품권 판매와 맞물려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트리거'가된 위메프 정산대금 미지급
티몬이 각종 의혹 속에서 시장의 우려를 키우는 사이 정작 문제는 위메프에서 터졌다. 지난 7일, 8일 셀러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정산대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이다.

위메프는 "큐텐과 전산망 통합, 정산일 기준을 바꾸는 과정에서 벌어진 시스템상의 오류"라고 설명했지만, 셀러들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았다.

통상 위메프는 셀러마다 다른 정산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주간 정산을 선택하면 판매한 대금의 70%를 그 주에 정산받고 30%는 딜이 종료되면 정산해준다. 항상 30%의 판매대금은 예치돼있던 셈이다.

익익월 정산 방식을 택하면 판매한 날로부터 다다음달에 정산을 받게 된다. 이달에 정산받은 금액은 두 달 전 판매금액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위메프에서 이미 정산받은 셀러들 사이에서도 "이번 달은 정산받았어도 다음 달엔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을 통해 해외 판매를 하고 있던 셀러들은 수억에서 십수억까지 정산을 못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셀러들의 우려는 더 커졌다.

셀러들은 위메프에서 상품 판매를 중지하기 시작했고 같은 큐텐 계열사인 티몬과 인터파크에서도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셀러들도 나왔다. 일부 대형 제조사들 위메프와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해왔고 선정산업체도 위메프 셀러들에 대해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다.

큐텐이 이례적으로 정산대금 미지급 현황을 전부 공개하고 자구책을 발표한 이유다. 큐텐 관계자는 "큐텐은 고객과 파트너사가 국내 이커머스 태동기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보여주신 신뢰가 있었기에 오늘날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 파트너사들이 추가적인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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