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호주와 베트남의 능란한 외교

2024. 7. 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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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 지역에서 우리나라와 외교·안보 여건이 유사한 두 나라가 호주와 베트남이다.

첫째, 이 두 나라는 외교 정책의 연속성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난다.

둘째, 이 두 나라는 자국의 이익에 기반한 원칙 외교를 전개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국력 총합 면에서 두 나라보다 더 나은 우리가 외교·안보 영역에서만 이 두 나라보다 못하다는 것은 우리가 이 영역에 덜 투자하거나 뭔가를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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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 지역에서 우리나라와 외교·안보 여건이 유사한 두 나라가 호주와 베트남이다. 두 나라 모두 미국과 긴밀한 안보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동시에 중국과 긴밀한 경제협력을 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두 나라는 우리와 함께 중견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두 나라 모두 소위 자유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간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국의 국익을 지키려 애쓰는 나라이다.

이 두 나라는 국제 정세 대변환의 시대에 중국, 러시아와 관계가 악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대상이 되었다. 우리도 이전 정부 외교장관이 우리나라가 미·중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나라가 되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고 희망 사항이었을 뿐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왜 우리의 희망은 현실화되지 못하고 이 두 나라는 실제로 러브콜을 받고 있는지 따져보고 우리도 이 두 나라에서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첫째, 이 두 나라는 외교 정책의 연속성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난다. 베트남은 공산당이 장기 집권하니 말할 필요도 없지만, 선거를 치르는 호주도 정권이 바뀌어도 외교 정책만은 연속성을 유지한다. 2022년 호주 총선에서 노동당이 집권하자 중국은 호주의 대중 정책이 유연해질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자 오히려 중국이 대호주 정책을 변경하는 모습을 보였다.

둘째, 이 두 나라는 자국의 이익에 기반한 원칙 외교를 전개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자국의 이익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이에 반하는 외세의 압력은 거절할 줄 아는 결기를 가지고 있다. 베트남의 외교는 '대나무 외교'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대나무처럼 꺾이지 않는 강인함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호주도 노동당이 집권해도 자국의 이익이 중국과 다를 때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

셋째, 이 두 나라는 자국의 미래 국익까지 내다보고 해야 할 일은 미리 할 줄 아는 결단력을 가지고 있다. 이 두 나라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압력이 점증할 때 이것이 두 나라의 국익에 반하는 것임을 알고 두 나라 간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고 해군 합동훈련을 개시하였다. 우리는 이를 주저하고 남중국해 문제를 아직도 우리와 상관없는 이슈로 넘어가려 한다.

넷째, 이 두 나라는 이념에 경도되는 것을 회피하고 실용적인 측면에서 주요국들과 관계를 관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호주 현 총리는 작년 10월 말 바이든을 만나고 바로 베이징으로 가서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복원하는 담대한 행보를 보였다. 베트남도 지난 1년간 바이든, 시진핑, 푸틴 모두를 하노이에 불러들이는 성과를 보였다.

물론 이 두 나라 여건은 우리와 다른 차이점이 있기는 하다. 지정학적 측면에서 우리보다는 좀 더 여유가 있고 북한이라는 주적을 두고 있지는 않다. 그러니 전략적 선택의 폭을 좀 더 유연하게 가질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조건을 덜 불리하게 만드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국력 총합 면에서 두 나라보다 더 나은 우리가 외교·안보 영역에서만 이 두 나라보다 못하다는 것은 우리가 이 영역에 덜 투자하거나 뭔가를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는 과거의 문법으로 같은 정책을 반복할 경우 우리 안보가 위태롭게 된다.

[이백순 율촌 고문(전 주호주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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