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일병 구하기’ 올인한 SK...자산 106조 초대형 에너지기업 탄생
SK그룹에서 초대형 에너지기업이 탄생하게 됐다. ‘서든데스’ 경고등을 울리며 대대적으로 돌입한 리밸런싱(구조조정) 작업의 일환이다.
앞으로 SK E&S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인 가운데, 한국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의 수익성을 좌우할 미국 대선 향방에 따라 추가적인 리밸런싱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은 1대 1.2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이르면 11월 초에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고 통합 기업을 출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정유·석유화학·배터리 사업을, SK E&S는 도시가스판매업을 주축으로 태양광·수소·풍력 사업을 각각 영위하고 있다.
양사 모두 에너지 기업으로 합병시 자산 총액 106조원, 매출 규모 90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두회사의 사업 연관성이 밀접한 만큼 에너지 사업에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온은 2021년 출범 이후 10개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누적 적자액으로 보면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인해 올 2분기에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SK그룹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낙점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흔들리면 성장 전략의 한 축이 무너질 수 있단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따라서 SK이노베이션과 알짜 계열사 SK E&S를 합병하는 것도 상당 기간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SK온 살리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SK E&S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1조1700억 원, 영업이익 1조3320억 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만 11.9%에 달하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꼽힌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시 SK온의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재원 마련에 큰 힘을 보탤 전망이다.
SK그룹 내부에선 주력 계열사인 SK온의 부활 여부가 앞으로의 그룹 분위기를 좌우할 변수인 만큼 오는 11월 미국 대선 향방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가능성이 커질수록 배터리 사업의 투자 위축과 실적 악화를 우려해서다.
실제로 16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새로운 녹색 사기(New Green Scam)’라고 표현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기차 확대 정책에도 날을 세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동차 100%를 전기차로 할 순 없다”며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짧고 매우 비싼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엄청난 양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강구상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만약 트럼프 2.0 행정부가 출범해 IRA 청정차량 구입 보조금을 극단적으로 폐기할 경우, 미국 내 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전기차는 물론 전기차 생산시 들어가는 배터리 수요가 동반 감소해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 매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SK온이 더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수익이 확보되거나 배당 여력이 충분한 알짜 계열사들을 SK온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이 앞으로 이어질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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