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펀드 불완전판매 논란···제2의 ELS 사태 될까

김지혜 기자 2024. 7. 17. 17: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면서, 대규모 손실 위험에 노출된 해외 부동산 펀드 투자자들이 국내 은행 등 판매사에 불완전판매 책임을 묻고 있다. 올해 말까지 2500억원 규모의 펀드 만기가 도래하면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민원 제기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투기자본감시센터 관계자들이 지난3월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관련 KB금융그룹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에서 약 50억원 규모의 해외 부동산 펀드에 가입한 A씨는 은행의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하며 최근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접수했다. A씨는 2017년 펀드 가입 당시 ‘100%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 등 계약서 항목에 자신이 아닌 은행 직원이 대리 서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해외 부동산 펀드 가입 당시 은행으로부터 손실 위험·상품 구조 등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투자자 B씨가 민원을 제기해 금감원에서 분쟁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

이처럼 해외 부동산 펀드와 관련해 불완전판매 의혹 제기가 최근 잇따르는 것은, 2017~2021년 저금리 시기 날개 돋힌 듯 팔렸던 펀드 상품의 만기가 대거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해외 부동산 펀드 잔액은 7531억원으로, 올해 연말까지 2500억원 가량의 펀드 만기가 도래한다.

문제는 손실 규모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가입자들의 투자금으로 해외 상업용 부동산 지분이나 소유권을 확보해 임대료를 배당금으로 분배하고 만기 시에는 부동산을 매각해 수익을 내는 구조로 운영된다. 저금리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로 각광받았지만, 코로나19 이후 재택 활성화로 미국·유럽 등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일례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 본사가 위치한 건물을 투자 자산으로 삼은 공모펀드 ‘하나대체투자나사부동산투자신탁1호’의 올해 수익률은 현재 -43.3%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우려 규모를 약 2조2100억원으로 추정했다. 지난달 기준 금융권 전체 해외 부동산 펀드 260개 중 175개(67%)가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투자 손실이 현실화하면서 판매 단계에서의 문제를 되짚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B씨의 해외 부동산 펀드 불완전판매 분쟁조정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강건의 유한나 변호사는 “해외 부동산 펀드 불완전판매 분쟁 건 문의가 최근 늘어 공모펀드의 경우 한 달에 10건, 사모펀드는 그 이상 된다”며 “하반기 만기 도래 규모가 큰 만큼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건처럼 은행권의 대규모 배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개별 불완전판매 의혹이 분쟁조정 등을 거쳐 사실로 확인된다면 판매사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맞지만, 불완전판매를 명분 삼아 모든 투자자의 손실을 배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