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당권주자 모두 “김건희 검찰 조사, 사과 필요”…‘김건희 문자’ 논란 띄웠다 되려 궁지

조미덥·유설희·민서영 기자 2024. 7. 1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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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왼쪽부터), 윤상현, 원희룡, 나경원 당대표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열린 ‘CBS 김현정의 뉴스쇼 특집’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07.17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대표 후보들은 김 여사가 검찰 조사를 받고, 이제라도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1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가 드러난 후 8개월동안 김 여사 옹호가 주를 이루던 당 분위기가 180도 반전됐다. 친윤석열(친윤)계가 김 여사 문자메시지 공개로 한동훈 후보를 공격하려다 되려 여권 전체를 궁지에 몰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총선이 끝난 후에야 할 말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자조섞인 진단도 있었다.

네 명의 당대표 후보는 17일 CBS라디오 토론회‘OX 퀴즈’에서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가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다’는 질문에 모두 ‘O’ 팻말을 들었다. 한동훈·윤상현 후보는 “법 앞에 평등”을 강조했다. 원희룡 후보는 “당당히 조사받고 진솔하게 얘기하면 국민은 자기를 낮추는 사람에게 마음이 열려 있다”고 설득하듯 말했다. 나경원 후보는 “‘몰카 공작’에 포인트를 맞추니 역풍이 불었다. 수사에서 원칙대로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 여사 활동을 관리할 제2부속실 설치를 “더 미루면 안되고 신속하게 해야 한다”는 한 후보의 의견에 다른 세 후보가 동조하기도 했다. 원 후보는 “감시, 견제를 받아야 그 공인도 안전하다”고 말했다. 한·윤 후보는 “민정수석실이 부활할 때 같이 설치했어야 한다”고 했다.

전날 밤 채널A 토론회에서는 김 여사가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하냐는 질문에 네 후보가 모두 그렇다고 공감을 표했다. 한 후보는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 나 후보는 “사과하고 털어버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원 후보는 “억울하겠지만 국민들을 먼저 생각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몰카 공작의 희생양이지만 사과 의사는 유효하다고 본다”고 했다.

국민의힘 원희룡(왼쪽부터), 나경원, 한동훈, 윤상현 당대표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열린 ‘CBS 김현정의 뉴스쇼 특집’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4.07.17 국회사진기자단

검찰 조사와 대국민 사과, 제2부속실 설치는 김 여사와 관련해 여권이 요구받았던 대표적인 세 가지 사안이다. 이로써 누가 대표가 되든 여당 대표의 입장이 김 여사의 사과와 수사 등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이는 ‘김 여사가 몰카 공작에 속았다’는 논지로 김 여사 방어에 몰두했던 친윤계의 입장과는 차이가 크다.

김 여사 문자를 고리로 ‘사과를 끌어내지 못했다’고 한 후보를 공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모든 후보들이 김 여사의 사과와 검찰 조사 필요성을 강조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윤계의 공격으로 김 여사 사과와 수사 여부가 이슈의 중심에 서고, 결국 모든 당대표 후보에게 검찰 조사와 사과를 요구받는 상황이 된 셈이다.

한 전직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우리 당이라고 왜 잘못인지 모르겠나. 공천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분란이 될까봐 말을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전에는 공천 때문에 눈치를 봤지만, 총선이 끝나니 김 여사에 대해서도 할 말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여당이 전당대회 후에 김 여사의 검찰 조사와 사과, 제2부속실 설치를 계속 요구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렸다. 앞선 전직 의원은 “그거 안하고 우리 당이 버틸 수 있겠나”라며 “국민이 뽑은 대통령은 어쨌든 지켜야 하지만 여사에 대한 공세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전당대회가 끝나면 야당의 공세에 대응하면서 다시 김 여사 방어 모드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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